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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y 16. 2017

#5 영국박물관 검은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는 그리스어로 쇠꼬챙이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오벨리스크는 길고 좁은 기둥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라미드를 길게 잡아늘린 각기둥 모양의 오벨리스크는 전승기념 또는 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을 새겨 이집트의 사원입구에 세워 놓았던 화강암 구조물이다. 오벨리스크중에는 태양신에게 바치는 종교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데 이를 증거로 오벨리스크가 태양숭배와 관련되었다고도 한다. 혹자는 오벨리스크의 모양새와 남성의 생식기의 유사성을 빗대어 다산을 기원하는 구조물이었다고도 한다.


당초 이집트의 사원입구에 세워진 구조물이지만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오벨리스크를 만나볼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 또는 후대 식민시대를 거치며 다른 유물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열강이 반출해 간 경우도 있고 이집트가 선물로 주기도 했다. 전자의 경우는 로마의 4대성당 중 하나인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 앞의 오벨리스크이며 후자는 프랑스 콩코드광장에 서있는 오벨리스크가 그러하다.


이집트의 총독이 프랑스의 루이 필리프왕에게 3200년된 오벨리스크를 증정했는데 당시 이 증정행위를 두고 이집트유물 연구가인 어귀스트 마리에트는 결사반대했다고 한다. 아이라니하게도 그는 프랑스인이었다. 이집트의 증정에 대한 세계의 여론을 의식했는지 프랑스는 거대한 시계를 이집트에 선물했는데 십년도 안되어 고장나 버리는 바람에 어귀스트 마리에트는 이를 두고 "삼천년이 지나도 빛나는 문화유산을 십년도 안되어 고장나는 고철덩어리와 교환했다"고 비난했다.


바티칸 대성당 앞의 너른 광장에도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다. 이 경우는 로마인들이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본따 만든 것이다. 그래서 바티칸광장의 오벨리스크에는 이집트상형문자가 아닌 라틴어로 새겨진 글들이 남아 있다.

(좌) 파리콩코드광장 (우) 바티칸광장의 오벨리스크



이집트상형문자해독의 열쇠가 된 유명한 오벨리스크가 영국에 있는데 이집트필레(Philae)섬의 사원에 있던 오벨리스크를 옮긴 것이다. 필레는 나일강유역의 섬이름이다. 이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상형문자와 고대그리스어로 함께 새겨져 있어 이후 로제타스톤의 문자해독에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필레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문자와 로제타스톤에 새겨진 문자 중 동일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단어를 계기로 해독의 실마리가 된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상형문자 해독의 첫 잔어인 그 단어는 다름아닌 프톨레마이우스!


로제타스톤을 토대로 고대이집트문자를 해독한 샹폴리옹은 먼저 그리스어로 쓰여진 프톨레마이우스왕의 이름에 주목하여 이집트 부호에서 프톨레마이우스를 찾는데 주력했다. 여러 부호 가운데 유독 타원으로 강조된 것을 발견하고 강조된 것이 왕의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였다. 필레의 오벨리스크에서 타원으로 둘러싸인 같은 부호를 발견하고 이는 프톨레마이우스왕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필레의 오벨리스크가 제2의 로제타스톤이라 불리우는 것은 이때문이다.



대략 삼년 전, 인류 최초로 혜성에 착륙했다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럽발 우주탐사선의 이름이 로제타호였고 그 탐사로봇의 이름은 필레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제타와 필레의 오벨리스크로 고대이집트문자해독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이 탐사선과 로봇으로 우주탐사의 힘찬 출발을 기대한 작명이었으리라


역사적 가치는 덜하지만 상징성으로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오벨리스크가 워싱턴에 있으니 워싱턴 기념탑이 그것이다. 오벨리스크라기 보다 오벨리스크 형태를 본딴 조지 워싱턴 기념비이다. 건축구조로만 볼때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오벨리스크다. 꼭대기전망대는 인기명소이며 워싱턴의 랜드마크로 영화와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내셔널 몰이 마주보이는 위치로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관람을 위한 명당 자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좌) 필레의 오벨리스크 (우) 워싱턴 오벨리스크


오벨리스크는 화강암 덩어리를 깎아 만든 것으로 주로 흰색 또는 미색의 구조물인데 독특하게도 검은 오벨리스크가 영국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흰색인데 '검은색이라 유명한 것인가?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색깔보다는 고고학적가치로 인해 유명하다고 한다.



검은 오벨리스크에는 이스라엘의 왕 예후가 앗시리아의 샬마네세르3세에게 항복하며 복종을 맹세히는 장면이 새겨져 있어 당시 이스라엘의 연대기와 예후왕의 통치시기를 역사적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스라엘 왕의 모습이 형상화된 유일한 자료로 복식과 왕가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고 한다.




로제타스톤과 상형문자해독 이야기는 아래 꾹


https://brunch.co.kr/@lifeinfinland/403



워싱턴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 꾹


https://brunch.co.kr/@lifeinfinland/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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