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엿보기
핀란드교육현장-프로젝트수업
핀란드를 교육강국이라 하는 데에는 시험과 성적으로 평가되는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기르는 프로젝트수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행평가와 내신과는 관계없이 과목별로 프로젝트수업이 진행되는데 어느 과목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는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른다.
작은 아이의 경우 삼년 째 담임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있다.큰 아이는 중학교에 해당하는 7학년이 되면서 선생님이 바뀌었지만 그전 두해 동안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었었다. 일년 단위로 학습목표를 구상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인 것 같다.
실제로 사회과목에 해당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첫 학기에는 우리 마을과 사회에 관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다음 학기에는 국가, 그 다음 학기에 북유럽국가, 그 다음 학기에는 유럽으로 확장시켜가면서 공부를 했다. 장기적으로 해당 내용을 확장시켜가며 배운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공부를 하는 방법과 과정도 참신했다.
미술시간과 사회과목을 결합하여 우리 마을을 직접 만들었다. 마을에 필요한 공공기관과 편의시설을 조사한 뒤 학생들이 하나씩 담당시설을 정한다. 경찰서는 마을의 어디쯤에 위치해야 할지 어느정도 규모이면 적당할지 등 도시계획 전반에 걸쳐 토론하고 박스를 이용해 만들어 가며 급기야 마을 하나를 탄생시켰다.작은 딸아이는 공공도서관을 맡았는데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채광이 좋아야 하며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창을 많이 배치하고 시야를 편하게 하기 위해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마을을 구성하는 건물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고민을 담고 있는데 프로젝트의 마무리로 강당에 마을을 설치하고 부모님들을 초대해 자신이 고민하고 구상한 기관들과 역할에 대해 참석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안내를 한다. 모든 마을을 둘러 본 손님들은 어느 기관이 가장 잘 만들어졌는지를 판단해 투표를 하고 많은 표를 받은 아이는 간단한 시상과 함께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유럽의 국가들을 공부하면서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이다. 아이들은 조별로 유럽의 국가 중 하나를 지정하여 인구, 산업구성, 역사와 문화 등 교과서를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을 직접 조사하고 자료를 만든다.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유럽으로의 여행에 학부모와 가족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부스를 마련하여 조사한 자료를 설명하고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맛보도록 권한다. 해당 국가의 국가나 민요를 들려주기도 하고 유명관광지를 소개하기도 한다.
과학과목의 경우에는 학기초 아이들이 익혀야 할 주제를 나열하여 실험구상을 하도록 안내를 했다. 공기, 불, 자성, 소리, 압력 등 기본 개념이 열거된 안내문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간이실험을 할지 고민하고 조사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기 중 아이패드가 한 대씩 지급되는데 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자료를 조사하고 실험보고서를 작성한다. 또한 실험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친구들과 조를 이루어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고 간단한 실험을 개인별로 진행하여 보고서를 만든다. 와인잔에 각기 다른 양의 물을 붓고 잔 입구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서로 다른 높이의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이라던가 자석의 크기와 갯수에 따라 달라붙는 핀의 갯수를 확인하는 실험 등 실험은 간단하고 실험에 필요한 도구들도 간단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익힌 과학개념을 토대로 실험방법을 찾아 스스로 기획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미술시간의 프로젝트는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교실의 미술실기평가와 상당히 비교된다. 공부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만 예체능실기는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평가를 위해 누구든 같은 방식으로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우리의 교실, 이제 핀란드의 미술평가를 보자
핀란드의 주요작가가 그린 작품을 살펴본 아이들은 해당그림의 이미지를 토대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림을 보고 느낀 점에 각각의 상상을 입히는 것이다. 덧붙여 교실안의 물건들을 재료로 하여 그림의 이미지를 구현해 본다.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그림을 관찰하고 들여다 본다.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작품마다 덧입힌 이야기를 발표하고 쿠션과 테이블보, 작은 의자 등 교실에서 옮겨 온 물건들로 그림속의 이미지를 직접 재현해 보인다. 이 과정을 지켜본 선생님은 그림을 보는 눈과 해석하는 태도,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표준비를 하는 모습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아이들을 평가한다. 단순히 평가주제인 풍경화를 멋지게 그렸다고 해서 미술점수를 잘받는 것이 아니다.
작문시간의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영화의 대본을 직접 만들었다. 대본을 만든 아이들은 필요한 의상과 장면, 인물의 성격 등을 분석하여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였다. 영상장비나 소품 등은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대사를 수정하고 스토리를 손질하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완성된 영화는 방학식날 학부모님들과 함께 관람하였고 어설프지만 아이들의 노력이 깃든 영화를 관람한 부모들은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다른 학급, 다른 학교의 프로젝트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못한다. 담임선생님의 교수설계안과 선생님 개개인의 장점과 특기에 따라, 또 아이들과의 호흡에 따라 천개의 학급에는 천개의 수업이 존재할 수 있는 곳, 그곳이 핀란드이고 핀란드교육의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