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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n 17. 2017

테러 이후, 런던 버로우마켓

지난 3일 저녁, 화물차 한 대가 런던대교를 질주하며 행인을 치고 차에서 내린 3인은 다리 건너 버로우 마켓 입구에서 칼을 휘두르며 시장을 오가던 시민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아리아나그란데의 공연장 테러 이후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난 3월 22일에도 런던에서는 50여명이 숨지거나 다친 테러가 있었다. 이번 버로우마켓의 테러로 인해 50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


런던대교를 건너자 마자 버로우마켓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른 꽃송이들이 바닥에 즐비하다.런던사람들은 혹은 방문객들은 버로우마켓테러 희생자들을 각각의 방법으로 추모하고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 세계무역센터 쌍동이빌딩에 비행기가 돌진했던 9.11 뉴욕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테러였다. 하지만 테러 이후 한참이 지나 방문한 그라운드 제로는 내게 옛날이야기 속 어느 슬픈 공간, 그 이상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더운 한 여름의 뉴욕날씨와 추모관에 입장하기 위해 땡볕에 줄을 서서 보낸 시간 동안 애도의 마음이 줄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테러현장을 겨우 수습하고 이제 막 새로 문을 연 버로우마켓앞 추모현장에 서있노라니 테러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현실로 내 앞에 불쑥 마주하고 있다.불과 며칠 전에 이곳에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던 것이다.


시장안에서는 깡통을 들고 다니며 희생자를 위한 모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좌석없이 가판으로만 장사하는 버로우마켓안에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정복을 입은 종업원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는 ​Fish​에서는 손님들의 식대에 자동기부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추가하고 있다.(Fish는2017년 피쉬앤칩스어워드에당선된 식당으로 버로우마켓 안에 자리하고 있다)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던 자동기부 안내문

장미를 준비하지 못해 추모의 자리에 마음을 보태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나마 기부를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내가 런던에 머무는 동안 버로우마켓이 정비를 마치고 오픈한다는 사실에 만족해 했을지언정, 그곳에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질 줄은 몰랐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희생자를 기리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의 이름,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묵직해 진다.



정치도, 종교도 그 어느 것도 사람을 위하고 살게 해야지 목적을 위해 그 어느 누구도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 연 버로우마켓의 시끌벅쩍한 활기 속에서

산 사람은 또 그렇게 살아간다는 씁쓸하면서도 필연적인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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