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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n 27. 2017

런던, 코번트가든에서 문득

남편은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다. 게다가 급할 것이 없어 애써 서두리지 않는 성미이다. 일상에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해서 24시간중 내 시간을 좀더 가져야 할 때, 밤을 세우기 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인 사람이다. 시간이 남을지언정 약속에 늦기싫어 서둘러 출발하고, 행여나 일이 틀어져 마무리되지 못할까 염려되어 바로잡을 여분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항상 서둘러 미리 해놓는 성격의 사람이 나란 사람이다.


각자의 일을 할때야 이렇듯 다른 성향이 문제될 일 없지만 함께 움직여야 할 때는 한없이 느린 남편때문에 속을 태우는 내가 결국에는 짜증을 내게 되고 짜증이 난 아내때문에 남편 역시 짜증이 나게 된다. 주말 나들이가 그랬다. 미국은 넓고도 넓은 나라여서 집 근방에는 별것이 없어도 서너시간만 차를 달리면 다른 도시, 다른 주, 다른 풍광이 펼쳐지곤 했다.


오전내내 나갈 채비를 하느라, 정확히 말하면 채비를 하는것처럼 보이지만 밍기적 밍기적 시간만 보내다가 점심넘어서야 움직이는 것이 싫었던 나는 이른 아침 남편의 식사를 차려두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떠났다. 남편은 점심무렵 일어나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할테고 아침부터 서두른 나는 저녁 전에 돌아와 저녁을 함께 먹는 그런 모양새


그렇게 딸들만 태우고 차를 달리고 새로운 것을 구경하고 맛난 것을 먹을 때는 잘 몰랐다. 아침에 떠나올 때 자고 있던 남편이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 있었고 재미있었느냐 무심하게 물었으니까


공항까지 차를 몰고, 유심칩을 사서 핸드폰에 꼽고, 지도를 보며 방향을 가늠하는 것, 우리 가족의 여행에서 남편이 담당하던 역할까지 내가 하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지만 남편과 함께 할 때는 안해도 되는 일이었다.

.            다 모아 보아도 모인 잔은 셋뿐이다.


근사한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면서 아빠도 오셨다면 이거 시키셨을거라 아빠를 떠올리는 아이들곁에 남편이 함께였다면 와인이라도 한 병시켰을텐데.. 라며 남편을 떠올리는 내가 있다.


와! 이거 정말 이쁘다!!!!!
엄마, 이거 사고 싶어!!!

너무나 맘에 드는 티팟을 발견하고도 막상 사지 못하고 들었다 놓기를 여러 차례하고 있는 나는, 이걸 지금 사서 하루종일 들고 다닐 일이 걱정이다. 남편이 있었다면 들어줬을텐데...


결국 티팟을 내려놓고 매장을 나선다.


얘들아! 엄마 티팟대신 아빠 향수사러 가자!

아쉬움과 함께 밀려온 남편 생각에 남편이 좋아하는 향수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아빠가 자주 뿌리는 거랑 너무 비슷한걸?

아빠, 이런 향도 있어... 이거 말고 다른거 사자


이것 저것 향을 맡으며 아빠의 향을 떠올리고 아빠를 위해 향수를 고르는 딸들의 모습이 밝디 밝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도 집에서 반겨줄리 없는 남편을 위해 향수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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