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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l 18. 2017

일과 육아, 강요받는 벼랑끝의 선택?

핀란드에서의 양육 #1

유럽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아가를 데리고 국회에 참석하여 화제가 된 바가 있다. 갓난 아기부터 어린이집에 다닐 법한 유아기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가 엄마와 함께 국회에 등장한 사진과 함께 기사화 된 스페인, 덴마크, 이탈리아의 여성 의원들의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일과 육아의 굴레에서 지칠대로 지친 워킹맘, 혹은 이미 벼랑끝까지 몰려 일과 육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고 강요된 선택끝에 경단녀가 된 많은 여성들은 부러움에 한숨 쉬는 한편, 국회의원쯤 되니까 가능하겠지라며 애써 마음을 추스렸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나는 지금 학생과 임신한 여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핀란드에 살고 있다.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나라, 성평등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 등으로 알려져 있는 핀란드


딸아이의 친구, Aida가 아침부터 우리 집에 와 있다. 아빠는 인근 도시로 회의차 출장을 가야 했고 엄마는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오늘 하루 우리집에서 머물러도 되겠느냐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Aida동생 Bea는 엄마가 사무실로 데리고 출근했다. Bea도 함께 보내라 하니 두 아이 다 맡기기 미안할 뿐더러 언니들이 노는데 방해가 된다며 작은 딸을 데리고 출근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아이 한 명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그랬다.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었다는 이야기를 몇번 들은 기억이 난다.


Katie의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Katie의 동생 Sarah를 데리고 치과에 갔다가 Sarah와 함께 직장으로 바로 들어갈 예정인데 Katie가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을 것이 조금 우려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치과에 가는 길에 Katie를 우리 집에 내려 주고 퇴근 후 데려가라 했다. Katie의 엄마가 현재 본국인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에 아빠 혼자 방학을 맞은 세 아이를 돌보며 일하기엔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끔 아이 한 둘을 직장에 데리고 가는 방법을 써가며 큰 무리없이 일과 직장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직원 복지가 좋다는 대기업연구소에서 십여년간 일했고 성인이 된 이후 이십여년을 한국땅에서 살았지만 직장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양육에서 곤란함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비단,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핀란드에서도 업종에 따라 직장의 분위기에 따라 아이를 직장에 데려오는 것이 자연수러울 수도 곤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지난 과거를 통틀어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 없고 나 역시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이 사회는 정도는 가늠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유연하다는 생각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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