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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l 22. 2017

별거 없어요, 핀란드 서점

다음에 서점가서 한 번 찾아볼께요

오오오! 핀란드 서점, 포스팅 부탁!

으음? 별거 없어요. 그냥 서점인데...?


한국의 지인과 대화 중에 문득, 이제는 내게 익숙해 져서 별거 아닌 것이 되어 버렸지만 이땅이 아닌 다른 곳의 사람들에게는 별거일 수 있는 것들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블린의 주택가를 걷다가 빨간 대문, 초록 대문, 노란 대문 색색깔의 대문이 예뻐서 남의 집 대문을 열심히 찍는 것이 여행자이다. 나도 그렇게 누군가는 매일 지나 별거 아닌 그 대문을 열심히 찍었고 벽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들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반면 핀란드에서 나는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이다. 한달 살아보기를 실천하는 여행자나 유학생 신분이 아닌 아이를 기르고 생활을 꾸려 가는 생활자인 나에게 하얗게 빛나는 헬싱키대성당도 바닷가 작은 광장에 펼쳐진 시장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활의 일부인 것이다.


각양각색의 우유라던가, 치즈, 요거트가 진열된 냉장고, 도무지 이 세상 감자의 종류가 이리도 많았던가 새로이 알게 해준 감자코너, 연어만 즐비한 생선코너의 마트도 이제는 구경거리는 없고 먹고 살기 위해 들르는 하나의 장소에 불과하다.


서점 역시 마찬가지다. 핀란드어를 배워 보겠다고 호기롭게 강좌를 신청하고 교재를 구매하기 위해 담당강사에게 물어 물어 겨우 서점을 찾아갔었다. 그렇게 힘겹게 찾아갔던 그 서점이 이제는 별거 없는 그냥 서점이 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이곳에서 생활자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 나라의 복합쇼핑몰이나 시내 중심가에 교보문고라던가 영풍문고가 있듯이 이곳에는 쇼핑몰마다

suomalainen이라는 서점이 있다. 다른 서점들이 그러하듯 약간의 문구류와 어린이 장난감이 있고 책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은 핀란드어로 쓰여진 책이고 한 코너 정도에는 영어로 쓰여진 책이 있다.



별거 없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일부러 찾아 보니 한국의 서점과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다이어리와 수첩을 판매하는 매대의 수첩 중 하나다. 수첩 뒤에 흔히 볼 수 있는 가격표가 보이지 않고 대신 왼쪽 사진의 볼펜끝에 보면 알파벳 F가 보인다. 고개를 들어 보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알파벳과 가격이 나열된 작은 푯말이 있다. F라고 적혀진 물건은 7.95유로란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천원이면 충분할 것 같은 수첩이 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러 가지로 한국과는 다르구나



조금 나아보이는 수첩을 뒤집어 알파벳을 확인해 보니 N이라고 적혀 있다. N이라 적힌 수첩은 24.95유로... 비싸다. 이 가격이면 한국에서 잘나간다는 몰스킨도 사겠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다이어리를 친구들에게 주었더니 너나할 것 없이 너무도 기뻐하기에 왜그런가 했다. 이곳 사람들에게 다이어리란 돈주고 사서 쓰기 부담스러운 것이었나 보다.


수첩뿐 아니라 많은 책들은 가격이 적힌 스티커 대신 알파벳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격 표시를 이렇게 하던가? 내 기억에는 가격이 인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도 아니면 가격이 적힌 작은 스티커가 불어 있었던 것 같다.


그외 핀란드의 서점이라 해서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아! 정말 다른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각종 자격증, 수험서 코너가 따로 없다. 학습지외, 문제집 코너도 없다.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사이에 존재하는 치열함의 차이처럼 수험서와 학습교재가 여기엔 없고 한국엔 있다.


서점을 들렀던 수많은 이유와 목적이 수험서와 아이들 문제집 점검이었던 나의 현실을 돌이켜 본다. 그랬던 내가 핀란드에 살면서 서점을 수없이 드나들고도 수험서 코너가 없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인식했다.


별거 없는 줄 알았던 핀란드 서점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왜 이리도 힘들게 달리고 경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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