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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08. 2017

인연 Chicago,Groningen and Turku

뜨거웠던 여름날로 기억한다. 학교 건물 한 켠의 작은 강의실에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미소라고 하기엔 과한, 그저 웃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활기찬 무언가로 무장된 그녀가 나타나 내 옆자리에 앉았다. 非미국인 학생들의 소모임 비슷한 정보공유와 교류를 위한 자리였는데 그곳에서 Monica를 만났다. 콜롬비아 출신의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던 남미여인에 대한 어쩌면 편견이거나 성급한 일반화일지 모르는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갈색피부에 흑발, 짙은 눈매를 가진 매우 활발한 사람이었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속마음인 단순한 나와 잘맞았다.


조심스럽고 주의깊게 생각하고 살펴야 하는 인간관계에는 미숙한 내게 어쩌면 한국인보다 외국인친구가 편했고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미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소름끼치게 끔찍한 일이라 했다. 본국의 정치상황과 사회분위기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라 진저리를 치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녀가 다시 그녀의 나라가 아닌 다른 어느 나라로 가게 될지,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서 다시 만날지 생각지 못했다.


그랬던 우리는 네덜란드의 북쪽 끝, Groningen에서 다시 만났다.Monica는 본국으로 돌아가자 마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생을 그려 보았고 미혼이라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덕분에 훌쩍 네덜란드로 떠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자 예기치 않게 핀란드로 이사한 나는 Monica와 함께 같은 유럽이니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며 연락을 주고 받았다. 콜롬비아와 한국보다는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지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


핀란드로 이사오기 전 여러 번 방문했던 네덜란드는 파리나 로마가 더 궁금했던 딸들의 요청으로 여행의 순위에서 미루어지곤 했다. 기회만 보던 나는 튤립축제기간을 기회 삼아 네덜란드에 방문했다. Monica가 살고 있는 Groningen은 매우 인상적인 박물관이 있는 도시지만 암스테르담이나 헤이그처럼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는 Groningen 행 시외버스를 탔다. 내 친구일 뿐 아니라, 혼자라 외로웠던 Monica는 나의 어린 딸들과도 매우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딸들과 함께 하는 여행길에서도 그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헬싱키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Monica는 Turku행 버스에 올랐다. 그녀가 나를 버스터미널에서 맞이했듯 나는 딸들과 그녀를 맞이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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