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문제로 먼저 본국으로 돌아간 Gemma가 이사준비겸 아이들을 만날 겸, 그리고 우리 가족을 한 번 더 만날 겸,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에 들렀다.Gemma,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과 아일랜드의 Galway 터미널에서 작별 인사를 할 때만 해도,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탓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했었다. 그래서 게이트로 들어가는 우리를 향해 한없이 손을 흔들며 Gemma는 끝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Gemma의 큰 딸 Katie는 작은 아이의 정말 좋은 친구이며 Katie의 동생인 Sarah와 Kihran은 내딸들을 친언니처럼 친누나처럼 따른다.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제 엄마, 누이를 두고 나와 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정도로 가까이 여기고 편안히 대한다. 그리고 이 남매는 내가 만든 김밥을 정말 좋아한다. 외국음식에 대한 호기심정도의 애정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한국의 김밥이다. Gemma와 사랑스러운 이아이들을 더이상 못만나는 것이 정말 아쉽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내가 없으면 이 아이들이 김밥을 못먹게 되는 일이다.
나도 Gemma도, 엄마없이도 삼남매를 돌보는 세상 다정한 아빠, John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고민은 나로 하여금 김밥레슨의 날을 준비하게 했다. 재료 구입부터 준비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수첩에 적어 내가 없이도 김밥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드디어, 다함께 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김밥으로 예술하는거야?????
김밥을 말다 말고 우연히 John의 김밥을 본 순간 김밥파라다이스전문가들에게서도 보지 못한 Art의 경지를 감지했다. 이런 각잽이같으니라고
John의 김밥을 한 번 보라는 나의 제안에 모두가 John의 김밥에 감탄하며 이런 각잡힌 김밥은 처음이라고 한 마디씩 보탠다.
나, 엔지니어야!
북아일랜드출신의 세상 진지한 John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문득 남편에게도 김밥을 말아보도록 해야 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 엔지니어의 김밥이란 각이 잘 잡힌 김밥일까 궁금하다. 일정한 두께로 김밥을 썰겠다며 190센티미터가 다 되는 John이 일어서서 김밥을 써는 동안 Gemma는 Katie와 Sarah에게 점심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겠다며 사랑을 담아 약속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학교는 급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야 한단다.
이날 밥 두솥해서 말고 먹고 한 것은 안비밀
대문사진은 "한입김밥" 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