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같이 지나간 여름방학의 끝자락이 북유럽 여름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라도 한 모양이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여름을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다급해진다.
얘들아, 운동복입고 나갈 준비해,
배 타러 가자
느닷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엄마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의아해 한다. 영국으로 출장을 간 남편이 주말에 잠시 들를 예정이라 아빠와 함께 배를 타러 가면 되겠거니 계획했는데 이런 날씨에는 배를 타야만 할 것 같아 아이들을 재촉했다.
미국에서 사는 동안에는 가족이 카누를 즐기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절벽가의 급류에 쓸려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남편과 작은 아이가 물살에 빨려들어가 겨우 목숨을 건진 일과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젓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흘러흘러가다가 그만 바다사자무리와 충돌할 뻔 한 일 등, 아찔했던 기억때문에 아빠없이 지구끝까지라도 놀러다니는 나지만 카누만큼은 혼자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채비를 하고 나선 것은 날씨탓이다. 배를 타지 않으면 안될 날씨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냥 내 마음이 조급했는지도 모른다.
이 여름이, 이 아름다운 날씨가
나의 마지막 여름 in Finlnad 라는 사실때문에
핀란드사람들의 삶만큼이나 잔잔한 강가의 뱃놀이였다. 물살도 잔잔하고 바다사자도 없었으며 강가 주변 벌판에 잡초를 고르는 아저씨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 뿐,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반짝이는 물위의 우리들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평화로웠다.
Susanna와 수다를 떨다가 배를 타고 놀다 온 이야기를 했다. 우리 동네에 그런 곳이 있었느냐며 아이들과 함께 가봐야 겠다하기에 두 집이 함께 배를 타러 가기로 했다. Turku시내를 가로지르는 Aura강상류쪽으로 시내에서 5분만 가면 카누를 빌려주는 곳이 있으니 오늘 갔다고 내일 또 못갈 일도 아니다.
어? 또왔네?
카누를 빌려주는 청년이 웃으며 반긴다. 동양인이 드문 이곳에서 이틀을 연달아 배를 빌리러 온 동양아줌마는 처음이겠지
어서와, 총각,이런 아줌마는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