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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17. 2016

시카고 Green river, Green beer

St. Patrick's day

미국의 마트는 시즌별 이벤트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영한다. 더위가 사라질 무렵부터 할로윈 의상과 소품들이 마트의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할로윈이 끝마면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추위가 사그러드나 싶더니 마트가 초록물결이다. 미국에서 처음 맞이한 봄에는 저 촌스러운 클로버며 초록물건들이 무엇인지 몰라서 장볼때마다 '미국애들 진짜 이상해~' 라고 생각했다.


우리 타운의 오피스건물 카페에서 매주 두번씩 거주민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특별한 날마다 파티를 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벤트가 많았다. 어느날 green beer를 판매하니 놀러와서 맛보라고 안내문이 집집마다 배달되고 여기저기 포스터가 붙는다. green beer는 뭐람..... 애들 말로 디스거스팅

( 미국 꼬마들 뭐 쫌 맘에 안들면 만날 디스거스팅)


캠퍼스에 가니 초록옷 입은 학생들이 반쯤 취한 상태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쟤들은 또 뭐래... 라스베가스도 아니고.... 대낮부터 술에 취한 학생들, 마트에서 보았던 클로버가 그려진 초록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젊은 청춘들


심상치가 않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이대로 지나칠 수 없어 검색에 들어간다. 오호라~

St. Patrick's day!!!!!!!!

기독교의 축일로 아일랜드와 영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St. Patrick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3월 17일마다 강물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초록옷을 입고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토끼풀과 초록리본을 달아 기념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St. Patrick's day의 상징 색깔이 된 초록.


미국에서도 green river행사는 흔하지 않다. Chicago의 dying river가 가장 유명하다는데 이런 좋은 구경을 놓칠 수 없다. Chicago는 내 바닥!


촌스러운 초록옷을 사입고 싶지는 않아서 부직포로 커다란 초록리본을 만들었다. 말디그라때 받아 온 구슬 목걸이 중에 초록색만 골라낸다. ( 말디그라는 2월의 축제인데 이미 지나갔으니 내년 2월쯤 소개할까나~기회가 되면 그전에라도^^)

아이들의 얼굴을 가리느라 스티커를 붙여 보았는데 이상하다. 고작 몇년 전인데 얼굴에 아가티가 난다.

한파주의보가 계속되고 하루 걸러 휴교를 하는 등유난히 추웠던 겨울. 그 겨울의 끝자락, 3월 중순에도 칼날같은 추위가 시카고를 뒤덮었다. 덕분에 모두들 초록티셔츠위에 외투를 입은 모습들이다. 티셔츠 안사길 다행이다.차라리 리본이 낫구나.


아침일찍 부터 dying river를 구경하기 위해 양쪽 강변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조금 서둘러 나갔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축제는 여럿이서 즐겨야 제맛!

'너 어딨냐!' 전날 밤 클럽에서 놀다가 다함께 시내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움직이면 택시비나 호텔비나 마찬가지라며 밤을 불사른 젊지 않은 청춘들과 통화를 한다. 강 건너편이다. ' 너희는 이따 펍에서 보자'


와이프가 무서워 합류하지 못하고 아침에 따로 나온 남편의 후배 커플과도 통화를 한다. 멀지 않은 곳이라 함께 초록색강을 기다린다. 잠시 후 작은 배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배를 타고 다니면서 수용성 초록물감을 양동이로 붓는다. 배가 오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초록색은 짙어진다. 더이상 초록일 수 없을 무렵 작은 배는 사라지고 유람선이 등장한다


앗!!!! 유람선도 있었네!!!!! 예약할 걸...... 'green river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 타고 싶어!!!!' 남편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쩜 저리 지치지 않고 놀겠다고 하는 걸까?

그대 마음 알아요... 하지만 난 놀아야 겠어요.



퍼레이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green beer를 마시러 눈여겨 둔 아일리쉬 펍으로 향한다. 앗! 딸들은 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나는 딸들과 커피숍에서 아일리쉬 커피를 마실테니 일행과 맥주를 마시라 하였지만 남편은 가족을 따라 나선다. 안그래도 되는데 이럴때만 가족적이다.


상황에 따라 꼭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조금 다른 남편, 남들은 내가 남자들의 모임이나 골프회동에 남편이 참여하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가라고 등떠밀어도 안간다. '혼자 뭐하러 가, 안해도 그만인데...' 남편의 주장이다.


' 어차피 안간다고 뭐 같이 할 것도 아니쟎수.. 그냥 남들갈때 같이 가서 어울리지....' 나의 주장은 매번 공허하게 메아리가 되고 만다. 걱정이다. 나이들어 은퇴했는데 매번 내가 데리고 다녀야 할까봐...


시카고 인근에 사는 우리가 굳이 시카고 시내구경을 하기 위해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카페에 들어가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퍼레이드를 기다린다. 밀레니엄광장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초록맥주잔을 들고 축제가 한창이다. 술취한 사람들이 있어서 어린 딸들과 철없는 아내가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은 신경이 곤두선다.


이 남자, 정말 놀 줄 모른다. 그래서 나랑 결혼했나보다. 좀 데리고 놀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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