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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ul 21. 2017

천 가지 미소, 더블린

더블린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다른 대도시와 달리 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택시기사에게 캐리어를 맡기고 모처럼 택시에 오른다.


짐을 들고 버스나 지하철을 오르내리는 것이 귀찮아질 만큼 나이들고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 부부는 가족여행마다 공항버스를 기다려 타는 대신 택시를 타곤 했다. 4인 가족의 공항버스요금이나 택시비나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이삼십유로쯤 더 지불하는 일은 편리함과 맞바꿀 수 있는 간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몇차례 여행은 남편없이 딸들과 이루어졌고 4인의 요금과 3인의 요금이라는 차이와 더불어 남편만 두고 우리만 즐기는 미안함에 택시를 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불편함을 택했다.


런던공항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동안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고생했던 런던의 지하철이 떠올랐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가 갖추어지지 않은 돌계단을 구비구비 돌아 오르내렸던 악몽같은 기억, 하필 버스 정류장 푯말의 표시가 떨어져 코앞에 두고도 정류장을 찾아 삼십분 넘게 헤맸던 일, 캐리어는 왜그리 무겁고 날씨는 왜그리 덥던지


무엇이 택시대신 지하철을 타게 했을까 후회가 컸다. 괜시리 돈 몇푼에 고생을 하고 지친 세 모녀는 서로에게 날카로워져 여행의 출발부터 삐그덕거렸던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블린 국제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정류장으로 향했다. 숙소의 주소를 불러주고 구글맵을 켰다. 관광객임이 뻔하게 드러나는 우리에게 빙돌아간다거나 엉뚱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못된 짓을 하지 말라는 나름의 신호이기도 했다. 여자들끼리만 움직이는 여행은 왠지 좀더 긴장이 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어린 두딸을 이끄는 엄마란 나의 안위뿐만 아니라 딸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


남편이 지금 더블린에서 출장중이에요. 아마 지금쯤은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겠네요.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묻지도 않은 말을 주문처럼 읊어댔다. 우리 셋을 난생 처음 보는 더블린의 택시기사에게 맡겼다는 생각에 자꾸만 보호책을 찾으려 한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한국? 난 거기 위를 비행기타고 지나만 가봤어!!!!멀리서 왔구나! 아!!! 지금은 핀란드에 산다고? 핀란드 춥니? 핀란드는 안가봤는데


쉴새없이 웃으며 말을 거는 기사 아저씨를 바라본다. 넉넉한 체구에서 풍기는 편안함만큼이나 다정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불과 20여분, 그 짧은 시간안에 기사아저씨는 더블린의 모든 것, 아일랜드의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는 마음가짐인듯 집집마다 각양각색으로 칠한 대문이야기에서 부터 피쉬앤 칩스와 기네스의 조합으로 내 배가 이지경이라며 양손으로 배를 두드리기까지 하며 환하게 웃는다.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보여줄 수 있는 친절과 미소를  최대한 많이 보여준 기사 아저씨는 나 스스로 앞세운 방어막을 자연스레 허물어 주셨다.


자, 다 왔어. 저기 저쪽 까만 대문이 네 숙소야.

이제 요금을 설명해 줄께, 공항 요금에다가 여기까지 온 거리에 해당되는 금액이 이거야, 그리고 너희는 셋이니까... 최종적으로.... 이만큼!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공항요금이 추가되고 다른 나라와 달리 한 택시를 타도 여럿이 타면 사람 한 명당 요금이 추가되는 아일랜드식 택시요금법에 익숙하지 않을 관광객이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택시요금을 차근차근 계산해 주는 모습을 나 역시 무장해제된 따스한 미소로 바라본다.


천 개의 미소, 더블린에서 처음 만난 미소


더블린공항을 벗어나 맨 처음 만난 더블린사람, 택시 아저씨의 미소다.


안녕! 더블린!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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