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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17. 2017

핀란드 시간여행, Kotiseutumuseo

박물관 나들이, 미술관 나들이를 좋아하지만 핀란드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핀란드의 museum을 관람해 보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세계 각지에서 약탈해 온 유물도 없을 뿐더러 문화의 중심지로 찬란한 번영을 누렸던 과거가 없기에 이름만 들어도 아! 할 법한 화가의 그림도 없다. 디자인강국이라 하지만 특별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특이하게 생긴 물건 몇개일 뿐, 시간내서 들여다 본 공이 없게 될 가능성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만 나면 핀란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을 찾아 나선다.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곳들은 다른 나라의 유사한 타이틀의 박물관에 비해 상대가 안되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의 박물관에서 뜻하지 않은 행복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Kotiseutumuseo


Kotiseutu? 핀란드말로 home, homey 정도의 의미라고 한다. 집박물관? 이건 뭐래.... 궁금하면 찾아가 본다. 박물관회원카드는 이런때일수록 요긴하다.유명박물관뿐 아니라 핀란드 구석구석 숨어 있는 박물관에 까지 나를 부담없이 인도하는 노란 이쁜이

마을 한 중간에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양 옆과 바로 앞 건물은 일반 가정집이다. 이 사람들은 참 좋겠다. 이웃이 박물관이라서 말이다.
빨간 나무로 만들어진 허술한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 오면 펼쳐지는 풍경이다. 건물이 몇 개 있고 목마가 있는, 마을의 일부같다..
매표소와 인포메이션을 겸하는 건물을 찾아 들어왔지만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방에 앉아 있는 직원을 찾았다. excuse me????


노란 카드를 내밀며 이곳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하자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한 열쇠꾸러미를 챙겨들고 나를 이끈다. 이 상황은 뭐지.....????


목마가 있던 마당을 둘러싼 몇몇의 건물이 누군가의 집이었고 그 집의 잠긴 문을 하나씩 열어 나를 안내한다. 그 집안에서 오래전 핀란드사람들이 사용하던 가구와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부엌과 방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원룸 하우스에서 살았다고 한다. 요리를 위한 불을 지피고 그 불은 집안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한다. 늘 추운 탓에 찬 바닥의 냉기에서 도망치듯 침대는 바닥에서 높게 떠 있다. 숲이 많은 나라답게 모든 물건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는 탓에 신발에 덧붙여 미끌어지지 않게 하는 신발밑창도 필수라고 했다.

형편이 좋은 집은 방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고 가구들도 고급스럽다.심지어 집에 피아노도 있다. 핀란드에는 빈부격차가 없다고 누가 뻥을 치고 다닌 것인지, 옛날부터 지금까지 핀란드에도 빈부의 격차가 확연하다.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가난하다 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불평등을 받아들이라고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부의 집에도 대장장이의 집에도 썰매와 스케이트는 필수다. 역시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노키아가 무너진 뒤로 핀란드의 수출품목 부동의 1위는 나무다. 핀란드의 국가 시스템을 나무 팔아 유지하는 셈이다. 이런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핀란드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해 왔다.

상점에는 커피자루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커피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

선생님은 학교건물에 살았다고 한다. 한 켠은 교실로, 다른 한 켠은 원룸식하우스로 꾸며져 있어 가족과 함께 살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다.


지금은 낡아 제 구실을 하기 어려워 보이는 거울앞에 할머니께서 손에 쥐고 곱게 쪽진 머리를 빗어내리시던 그 빗과 똑같이 생긴 빗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이거, 우리 나라에도 똑같은 게 있어..


건물 하나 하나 문을 열어 안내하고 방마다 공간마다 함께 들러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묻는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 직원이 이번에는 내게 묻는다.


너네 나라랑 많이 다른건 뭐니?


음, 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까...


우린, 바닥이 따뜻해서 추우면 바닥에 앉거나 누워. 침대를 높이거나 할 필요가 없고 방에서 제일 따뜻한 곳은 주로 그 집의 제일 어른이 앉아 계신 곳이야


부엌에서 불을 떼고 그 불길이 각 방으로 전달되는 형식인데 불길이 들어오는 자리는 가장 뜨거워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는 색이 변하기도 해.


부엌은 방과 나뉘어져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식사는 부엌이 아닌 방에서 한다는 거야, 좌식 식탁이라 해야 하나?  음식이 놓인 테이블채로 부엌에서 방까지 들고 옮겼다 ?!?!?!?


그녀가 일하는 동안 처음 찾아온 한국인에게서 난생 처음 들었음이 분명한 한국의 이야기 한자락을 그녀가 즐겁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 나에게 핀란드시간여행의 행복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나 역시 작은 기쁨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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