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가득한 교정에 소년과 소녀가 벚꽃사이로 섰다. 소녀는 벚꽃은 지지 않고 숨어서 기다린다며 벚꽃을 보러 가겠다고도 한다. 벚꽃은 이미 다 지고 없다는 소년의 이야기는 그렇게 공허해졌다. 소년은 소녀를 위해 6월에도 지지않는 벚꽃을 찾아 여행을 준비한다.
그 소녀의 이름은 사쿠라
소녀는 말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그리고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의 췌장을 먹어줘
췌장은 사쿠라가 죽어가는 이유이지만 사쿠라가 죽게 된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췌장은 사쿠라와 친한 사이 소년을 이어주는 무엇이다.
사쿠라는 짜증날 정도로 맘대로인듯 보이는, 그런 제멋대로가 발랄한 매력이라 주장하는 일본영화의 많은 여주인공들과 닮았다. 조금 긴 둥근 단발, 짧은 하관, 그래서 갸름하지 않고 동글납작해 보이는 얼굴의 여주인공들말이다. 오겡끼데스까만 남았다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과 닮았던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머리는 더 길지만 벚꽃아래 췌장소녀는 사월이야기에서 본 것도 같다. 오늘도 우리의 여주인공은 몇 편의 일본 영화를 떠올리다 보면 겹쳐지는 그녀들과 묘하게 닮아 있는 모습이다.같은 맥락에서 소년은 왜인지 모르게 어리숙하고 수더분하고 쑥맥이다. 늘 보아왔던 그 소년이다.
그런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라서 진부했고 짜증도 나는 영화, 오래 전부터 보아 온 일본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영화라서 소년소녀의 췌장이야기는 보는 동안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엉엉 울고 있더라
도서관의 분류표대로 책을 찾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즐거운 나는 조금 엉뚱한 자리에서 보물찾기처럼 찾아주면 좋을 거라는 사쿠라의 말이 많이 거슬렸다. 하지민 보물찾기는 필요한 것이었다. 사쿠라가 못다한 이야기를 친한 사이 소년도 그가 미웠던 사쿠라의 절친 소녀도 이제는 그 보물찾기덕분에 사쿠라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울었다.
6월의 어느날, 어쩌면 나는 지지않고 피어있는 벚꽃을 보러 홋카이도에 갈지도 모르겠다.
무인 자동 티켓 판매기 화면을 터치해 가며 표를 구매했다.터치터치는 처음이지만 헤메지 않고 제법 잘했다. 다음 번엔 할인혜택받는 것도 터치터치로 도전해 보아야 겠다.
귀국 후 혼극장 첫 영화, 이제부터 혼극장 취미는 부활이다! 한국이 좋은 이유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