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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Nov 09. 2017

이토록 괴랄한 전시를 본 적이 있던가

모네,빛을 그리다 전


모네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을색 가득한 노란 길을 서둘러 걸었다. 파리에서 느꼈던 그 감동 그대로까지는 아니겠지만 모네의 정취를 떠오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마냥 행복했다.



지금은 대규모 놀이공원에 밀려 명성이 쇠락한 어린이대공원 한 켠에 본다빈치 뮤지엄이 있다고 했다. 입구에 설치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왜 거기 볼쌍사납게 서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여전히 바쁜 걸음이다. 모네가 기다리니까


너덜너덜, 한 눈에 보아도 대충 찍어 만든 홍보물이 여기저기 제맘대로 부착되어 있지만, 정비가 안 된 주차장이 을씨년스러웠지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가 보다 했다.

모네의 식탁이란다
지베르니 정원이란다

빛의 화가 모네는 온 데 간 데 없고, 프로젝터 회사의 산업박람회에 온 듯 한 당혹감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도 잠시, 쩌렁 쩌렁 카랑 카랑 울리는 젊은 여인의 하이톤 안내와 옹알옹알 쨍알 쨍알 서너살 아이들의 두서 없는 소음들이 전시관을 꽉 채웠다.


어린 아이들에게 모네를 소개하고 모네를 느낄 시간을 주기 보다 아이들을 집중시켜 큰 소리로 설명하고 무어라도 익히게 하겠다는 의지만 가득한 것 같아 한참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핸드폰 매장앞에서 춤을 추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하이톤 언니들의 의미없는 말소리들과 다르게 들리지 않는 저 소음이 괴로워 도망치듯 이 장소를 빠져나간다. 단체사진을 찍자며 반 별로 아이들을 불러 모아 줄을 세우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외침이 내 뒤에 떠다닌다. 지금은 별님반 친구들이 줄을 서고 있나 보다. 준@라는 친구가 줄을 서지 않고 뛰나 보다.  


엄마 손에,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미술관을 찾았던, 지난 날 내가 본 장면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손을 꼭 쥐고 귀엣말로 소근소근 몇 마디 건낸다. 그리고 아이가 그림을 바라보도록 한참을 그냥 두고 아이가 걸음을 옮기면 아이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어른들의 뒷모습이 왠지 그립다.


나는 오늘 이곳에 왜 왔을까

모네는 간 데 없고 프로젝터와 프리젠테이션만 남은 커다란 회의장에 온 기분이다.


빛의 화가는 없고 눈이 시린 빛만 떠돈다.


조금 괴롭다. 좀더 알아보고 방문할 것을 그랬다.

모네 이름만 듣고 찾아올 곳이 아니었나 보다.


오랑주리를 옮겨 놓았다고 한다. 오랑주리가 이랬던가...대형 프로젝터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록 너머로 외부음식,배달음식 금지 안내가 테이블마다 부착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배달의 민족은 전시장 카페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하나 보다.


불편한 감정만 남은 오늘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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