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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24. 2016

핀란드의 점심 -Koulu

Turku 나들이 세 번째

Susanna, 그녀를 처음 본 것은 국제학교 입학시험날 학부모 대기실.... 학사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입국했던 까닭에 시험날은 우리 가족이 핀란드에 도착한 이틀 뒤였고 아는 사람은 커녕 어디가 어디인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모래바람을 맞고 있는 듯 막막한 때였다.


모든 것을 관찰하고 스캔하고 입력하던 시기, 호탕하고 활달한 여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실례가 될테니 빤히 보지는 못하고 곁눈질로 슬쩍 슬쩍 바라보며 그녀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핀란드인이지만 십여년 미국에서 지내다가 이번에 귀국한 아이 셋을 둔 엄마였고 그녀와 대화하는 남성은 독일에서 건너온 역시나 세 아이의 아빠였다. 지금도 이 남성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Susanna는 내 핀란드생활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한국인은 당연히 없고... 그저 우리 가족처럼 미국에서 살았던 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이 갔던 모양이다. 외로운 신세...


핀란드는 인구가 적고 세금이 높아 여성들도 일을 해야만 가족들이 소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 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장벽, 경력단절 등의 문제를 거론할 때 항상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핀란드지만 그 출발은 여자도 일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는 조금은 살벌한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아뭏든 지금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단절을 겪는다 해도 재취업을 위해 국가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맞벌이로 인해 여성이 가정과 양육의 책임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탓에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영향인지 아이들은 매우 독립적으로 생활을 하는데 부모님이 출근하고 나면 아침을 챙겨먹고 혼자 걸어서, 자전거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다. 1,2 학년 또는 그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등교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반사판을 번쩍이며 어둑어둑한 핀란드의 겨울 아침, 눈밭을 가로질러 학교까지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치 하나만을 보고 집을 결정한 우리는 학교까지 차로 등하교를 시켜주어야만 하는 외딴 곳에 살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삶은 어느 순간에도 아이는 어른과 동행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놓기도 했다. 미국생활초기 잠시 실내놀이터 수준의 소규모 과학관에 아이들을 놀게 하고 세탁소에 갔다가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여 우리 아이들을 데려갈 뻔했던 서늘한 기억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침 세탁소에서 돌아온 나는 손인지 발인지 모르게 한참을 빌고 사정을 한 뒤에야 겨우 아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가여운 내 딸들은 두려움에 가득 차 경찰과 함께 건물밖까지 끌려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파란만장 미국생활의 장렬한 첫발인 셈.


Susanna 역시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고 아이들을 길렀기 때문에 다른 핀란드어머님들과 달리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를 직접 등하교시키는 몇안되는 엄마였고 그녀의 딸은 나의 딸과 같은 반이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버스는 어떻게 타는지...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웠던 나는 비록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핀란드인인 그녀에게 매일 무언가를 묻고 도움을 받곤 했다. 학교 건물 주변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까지 나를 데려가 대형쓰레기통 뚜껑까지 열어가며 종류별로 쓰레기 버리는 요령을 알려준 친절한 그녀..블로그에서 보았던 핀란드인 안친절해! 공식은 그녀로 인해 행복하게도 깨졌다.


Susanna 이야기가 길어진 이유는 Koulu 식당이 그녀의 리스트 첫번째 식당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길었나?


핀란드의 많은 식당들은 부페형식으로 점심을 제공하는데 Koulu 역시 점심부페를 이용할 수 있다. 아니 점심엔 부페만 가능한 식당이 많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고기꼬치 먹으러 Tilta에 갔다가 억지로 부페먹고 나왔었다. 점심에는 메뉴주문안받는다고...흑흑


부페는 스프와 샐러드, 연어, 미트볼, 다른 생선이나 고기 등 메인메뉴가 제공된다. 커피와 차, 간단한 쿠키도 포함이다. 이 모든 것이 포함된 부페는 10Euroa가 조금 안되는 가격인데 샐러드 또는 스프만 이용하면 이보다 1,2 Euroa 저렴하다.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우리 다 먹자! 직원과 핀란드어로 식당이용을 문의하고 돌아온 Susanna의 제안에 핀란드 아줌마, 한국아줌마, 영국아줌마 대동단결하여 배불리 먹었다. "하하하, 나 너무 많이 먹었어! 하지만 부페니까 많이 먹어야지 안그래?" 부페앞에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은 정녕 국적불문이란 말인가!


Turku는 핀란드의 옛수도이며 매우 오래된 도시다. Koulu는 그런 Turku 에서도 오랜 기간 학교로 운영되던 건물이 이제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식당 구석구석에 학교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칠판에 쓰인 메뉴판이며 학생들이 사용하던 책걸상이 그것이다. Susanna는 자기가 학교다닐 때 이런 책상에서 공부했다며 책상을 발견하고는 매우 좋아했다.


Koulu는 Turku의 쇼핑일번지(이지만 서울 한 복판에 비하면 한산하기 그지 없는) 중심가에 있다. Hansa 쇼핑몰 바로 건너편이고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재래시장같지 않은 카후빠토리 옆에 자리잡고 있으니 쇼핑몰과 시장을 구경하고 koulu에서 식사하는 것도 관광객에게는 좋은 동선되겠다.


다음 번엔 나의 두번째 리스트 식당에 가자!!!!라며 진한 허그와 함께 바이바이~


핀란드에 오기 전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핀란드사람들은 허그를 하지 않는다고 신체접촉을 유의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악수가 최선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허그에 관한 일화도 많은데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야 겠다. Susanna소개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엉~ 일단 허그를 사랑하는 Susanna는 핀란드 아줌마 아니고 미국아줌마인 걸로 정리하자. 나를 너무 사랑하는건가? 훗


Susanna와 Alison이 ( 얼굴이 살짝 나왔지만 못알아보시겠지요? 누가 Susanna고 누가 Alison인지는 안알려드릴것임 ㅎㅎ ) 등장한 사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진은 Koulu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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