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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27. 2016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잘먹나요~

젓가락질도 재주가 되는 핀란드생활

남편의 업무파트너인 Markus가족과 저녁모임을 가졌다.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에서도 일본 스시는 꽤나 고급음식이고 식당역시 인기가 있어서 작은 도시에도 몇 개 이상의 스시집이 있다. 해외에서 먹는 스시라는 것이 사실 재료나 맛이 별 것 없지만 이토록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Markus 가족과의 저녁모임은 이 도시의 몇 군데 스시집 중 하나인 Karu라는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이곳의 재미있는 점은 아주 작은 그릇에 담아 파는 김치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식당에서는 기본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단독메뉴로 제법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먹는 김치와는 조금 다른 맛이긴 하지만 제법 먹을만하다.


딸아이들은 왜 스시집에서 우리의 김치를 파느냐고 기분나빠하기도 했지만 김치나마 먼 타국에서 한국음식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 하여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간장종지, 나무젓가락과 냅킨이 테이블에 셋팅된다. 젓가락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젓가락을 보기만 해도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나 보다. 마침 젓가락질선수일 것만 같은 한국인 가족과 함께 있으니 이 기회에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무젓가락을 들고 어느 방향으로 뜯으면 되는지 묻는다. 아! 양옆으로 뜯을지, 위아래로 잡고 뜯을지부터 모르겠나보다. 마치 어느 포크가 샐러드용이고 고기용인지 포크모양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 그런 곤란함이 아닐까?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내가 곤란하거나 말거나 샐러드용, 고기용 포크가 따로 있지만 젓가락은 어느 방향으로 뜯던 뜯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것


아무렇게나 뜯고 싶은대로 뜯어, 이렇게~ 젓가락을 뜯자 박수를 치며 눈이 동그래진다. 이게 뭐라고.....정석의 젓가락질을 하는 남편이 젓가락질 시범을 보인다. ' 어머!!! 손가락 세개가 움직여! ' , ' 왜 너의 젓가락은 다시 제 자리로 완벽하게 돌아오는 거지?' , ' 내 젓가락은 자꾸만 크로스되....'

남편의 손 모양과 움직임을 유심히 보며 따라한다. 한국의 아이들이 어릴 때 젓가락질에 익숙해지기 위해 사용하는 에디슨 젓가락이야기도 해 주고,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금속으로 된 젓가락을 사용하여 더 위생적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딸들은 Markus의 쌍둥이 남매에게 열심히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이집다닐 때 접시에서 다른 접시로 콩을 옮기는 경주를 하기도 했다는 말에 쌍둥이는 눈이 동그래진다. 나무젓가락을 감싸고 있던 종이를 둥글게 뭉쳐 연습을 한다. 젓가락질잘하는 저 한국애들, 보면 볼수록 신기한가 보다.


한국에서는 소근육을 많이 쓸수록 두뇌발달에 좋다고 생각해서 어려서 부터 종이접기나 찰흙놀이를 많이 한다고, 젓가락질 역시 아이들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전했다. 그래서 한국아이들이 수학을 잘하고 머리가 좋은가 보다며 감탄한다. 직접 한국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어도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아이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큰 아이의 절친인 Gabby는 미국에 있을 때 같은 반이었던 한국인 친구가 수학을 매우 잘해서 놀라웠는데 이곳에 와서 만난 한국인 친구도 수학을 너무 잘한다며, '한국애들은 어떻게 저리 수학을 잘하냐' 며 엄마에게 묻더란다. Gabby의 엄마는 나의 절친이기도 한 Susanna


사실 수학이 아니라 연산을 잘하는 것이다. 조금 지나서 학년이 올라가고 보면 연산 못해도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산의 기본이 안되어 있으면 곤란하다.


젓가락질 잘못해도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젓가락질을 전혀 못하면 젓가락만 제공되었을 때 밥을 먹을 수 없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잘해서 손해볼 것은 없는 것이 이치이다. 특히나 내가 뭘 잘하는지, 뭘하고 싶은지 잘 모를 때는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잘할 때까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그 참맛을 알 수 있으니 맛만 봐서는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과정은 어릴때가 아니면 거치기 어렵다. 아직 어린 나이일때 많이 배우고, 많이 접해서 적성도 취미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레슨을 시키고 최소 일년 이상의 수련과정을 거치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과 바이올린을 가르치기 시작한 덕분에 외국으로 이사오자 마자 피겨스케이팅 클럽과 스트링밴드팀에 합류하여 공연을 다녔다. 어려서 부터 배워두지 않았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귀한 순간들이다. 아이들의 타국적응에 도움이 됬음은 물론이다.


수영을 배워 여름이면 날마다 수영하는 미국 친구들과 즐기기 좋았고 액자에 걸린 태권도의 품증과 국기원 사진은 외국인 친구들에 엄청나게 멋져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딸 아이들이 배운 여러 운동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체조와 암벽등반.... 한참 빠져있을 때는 매일같이 암벽등반을 해서 저 높은 곳에 날아오르는 듯 보일 지경이었다. 바치 스파이더맨처럼....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꼭대기에 올라 종을 치고 내려올 때 짜릿함이 최고라 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할 나이다. 찰흙이나 석고 등을 이용해 다양한 두상, 흉상을 만들던 수업뿐 아니라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고 다 구운 도자기에 색을 칠하고 유약을 바르는 도자기 수업도 이년 넘게 즐겨한 수업이다. 망치로 못질하고 사포로 나무결을 가르는 목공수업, 풍선아트 수업도 즐거워 했다.

베이킹 수업과 천체관측 수업은 정기적으로 하기 어려워 매년 방학마다 캠프를 이용했다.


유물발굴, 지문감식 등은 정식수업은 없어서 박물관과 경찰서 체험학습을 꾸준히 이용했다. 박물관, 도서관, 관공서, 체육관 등 인근의 모든 기관 사이트에 접속하여 체험프로그램과 행사를 조사하고 계획을 짜는 것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체스와 요가도 꾸준히 참여한 수업이다. 나도 아이들의 체스클럽 멤버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개임매칭해 주는 역할을 했다. 엄마가 참여해 주니 아이들은 더욱 즐거워했던 것 같다. '어른하고 붙어봐' 이벤트가 있었는데 어른들을 초대하여 아이들과 체스게임을 해 보는 이벤트였다. 클럽 멤버외에 몇 명의 어른이 더 필요했기에 남편은 물론 체스를 둘 수 있는 모든 지인을 섭외해서 행사를 치루었다. 느닷없이 무리를 지어 등장한 한국인 체스팀을 보고 딸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던 장면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타국에 살다 보면 별개 다 감격스러운 법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해금수업이다. 외국에 살면서 전통악기 하나쯤은 다루는 것이 좋을 듯 하여 지난 봄 한국에 귀국하자 마자 해금레슨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핀란드로 이사하면서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전에 그만두어야 했다. 한국에 좀더 머물렀다면 계속 배워보었을 텐데 못내 아쉽다.


외국에 사니까 시간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으로의 귀국을 늘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하루 두세시간은 반드시 한국식 국영수공부를 한다. 한국에서 보냈던 시절에도 학원이나 다른 기관이 아닌 엄마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시간활용이 수월했다. 그저 시간이 남아돌아서만은 아니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가능하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고???? 예체능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외 모든 공부는 엄마가 직접 가르쳤다. 한글부터 독서지도, 논술까지, 숫자세기부터 현재 중학수학까지 엄마표로 진행한다. 알파벳부터 영어에세이, 한국식 내신영어를 위한 문법공부도 엄마와 한다.


엄마가 전문선생님은 아니기 때문에 독서지도자 과정, 영어강사과정, 가베수학과정 등 필요한 공부를 별도로 했다. 물론 엄마의 지식보다는 엄마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믿음과 조금의 부지런함만 있다면 특별한 과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가능한 것이 엄마표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는 엄마표 공부로 시간과 비용을 벌고 그 대신 다양한 예체능을 배운다. 취미, 특기란에 천편일률적으로 독서나 영화감상을 적던 시대는 이제 지나지 않았는가?


젓가락질 잘못해도 밥은 먹지만 젓가락질 잘하면 밥잘먹기 수월한게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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