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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28. 2016

바르셀로나 구석구석 뒤지기

첫 번째 이야기 - 구엘파크

학교에서 돌아 온 작은 아이가 느닷없이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단다. 이유인 즉슨 성파밀리아 성당과 구엘파크에 꼭 가보고 싶다는 것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언니들이 재능기부차 학교에 방문하여 가우디와 그의 건축물에 대하여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뒤 작은 아이를 가우디에 푹 빠져 버렸다.


12월말, 1월초의 핀란드,  영하 30도는 족히 되는 한파라 하니 조금 따뜻한 유럽의 남쪽으로 철새여행을 하고픈 마음도 있던 차에 부모로서 아이의 호기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논리로 바르셀로나행을 주장한다. 비용이 문제이지 어디를 가든 관계없는 남편은 나의 주장대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구매하고 이제 본격적인 가우디공부에 들어간다.


스페인여행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여행이다. 이삼일간 한도시를 훑어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자동차와 함께이지 않는 한 절대로 하지 않는 우리 가족. 자동차여행중이라면 싫어도 이동해야 하므로 자동차여행이 아닌데도 짐싸들고 나서 체크인, 체크아웃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탓이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한 도시에서 구석구석 거리를 누비고 때로는 호텔방에서 커피숖에서 한가하게 노닥거리기도 한다. 물론 이 시간마저 아까워 안달복달하는 나만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꿀같은 휴식을 즐긴다.


가우디가 구엘을 위해 건축한 별장, 그곳을 찾아나선다. 그 유명한 도마뱀을 보아야겠단다.

에게게! 생각보다 도마뱀이 너무 작다. EBS에서 온갖 가우디관련 다큐멘타리를 모두 찾아보고 왔지만 이렇게 작은 크기의 도마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다른 관광객의 방해없이 온전히 도마뱀만 찍을 수 있다. 도마뱀이 작거나 말거나 유명한 도마뱀이다. 이거 보러 왔쟎아 딸? 독사진, 자매사진, 가족사진 타이밍 맞춰가며 골고루 찍는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일로 길게 만든 벤치....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벤치에 한 번 앉아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던 그 벤치다. 점심먹고 오후에 슬슬 나선 길인데도 여유롭다. 벤치에 앉아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도 내려다 보고 준비해 온 간식도 먹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다른 관광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저 벤치에 온전히 우리의 시간을 허락한다.


벤치건너편 마른 흙땅을 가로질러 파라솔이 보인다. 남편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나나 보다.


'저기 카페인 것 같은데 커피 한 잔 하러 갑시~~'


' 조금만 더 앉아 있자... 줄서서 기다렸다가 앉아볼 수 있는 벤치라쟎소? 저 뒤로 해지는 거 좀 봐...'


자기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딱히 고집을 부리는 편이 아닌 남편은 짐짓 실망한 눈치지만 말없이 기다린다. 나는 구엘공원까지 와서 커피마시고 싶지는 않아 핑계거리를 찾는다. 마침 깔끔하고 건강관리에 세심한 남편이 싫어할만한 핑계거리를 찾았다.


'먼지가 저리 펄펄 나는데 저기서 커피마시려고? 공원 나가서 커피맛 좋은 다른 카페에 갑시다'


작전 성공! 뿌연 먼지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저무는 햇살을 벗삼아 공원 이곳저곳을 산책하듯 둘러본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아둔 것 없이 섬세한 손길이 닿아 있다. 왜 가우디를 곡선과 자연의 건축가라고 하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돌 하나 하나, 기둥 하나 하나가 자연을 닮아 있다.


이 공원을 짓느라 구엘의 타일공장에서 타일을 너무 많이 가져다 쓰는 바람에 구엘이 파산할 지경이었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저기 타일을 발라 장식한 벽이며, 바닥, 구조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럴만하다. 그야말로 타일칠갑이다. 납득이 간다. 망할만 하다. 아마 구엘도 가우디가 이정도로 타일을 써댈지 몰랐을거라며 딸들이 웃어댄다.


구엘파크를 다녀간 많은 블로거들은 관광객이 많아 도마뱀도, 벤치도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최대한 이른 시각에 방문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구엘파크에서 맞이하는 해질녘의 바르셀로나는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지는 햇살아래 빛나는 구엘공원의 구조물들은 도마뱀보다 귀한 한 컷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구엘파크에서만 판매한다는 가우디컬렉션 행운팔찌를 하나씩 사주고 후문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공원을 바라다 본다. 이제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


'엄마! 저기에도 구엘파크라고 적혀 있어요!'

후문 뒤 벽면에 동그란 장식물안에 타일로 구엘파크라 새겨 놓았다.

이런, 센스쟁이를 봤나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내는 딸을 보고 있노라니 이곳에 데리고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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