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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02. 2016

나에게 뉴욕은 센트럴파크

뉴욕의 심장이 아니라 허파

뉴욕에 도착하여 얼마지나지 않아

' 뉴욕 정말 별로다' 라는 생각이 든다. 타임스퀘어도 특별할 것이 없고 자유의 여신상이 주는 상징성도 골목골목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의 악취를 덮어 주지 못한다.


거대한 도시다.

정이 들어서일까?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도시인 시카고는 깨끗하고 편안함을 주는 반면 뉴욕은 어딘가 불편하다. 서울 강남 한 복판의 생활이 낯설지 않은 내게도 그렇다.


브로드웨이의 공연은 멋지지만 공연을 마치고 거리로 나서자 마자 마주하는 뉴욕은 방금 전 느꼈던 감흥을 앗아가기도 한다.


내가 처음 가족과 뉴욕여행을 한 때는 강남스타일이 미국전역에 인기를 끌고 난 직후였다. 타임스퀘어 노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싸이의 휴대폰 케이스, 비록 마데인차이나지만...



뉴욕의 박물관이 좋다지만 시카고나 워싱턴 박물관의 고즈넉함은 느낄 수 없다. 내게는 뉴욕의 박물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

영어공부하겠다고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뉴욕을 꿈꿔봤던 나지만 뉴욕 어디메의 카페들이 여전히 내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센트럴 파크앞 몰 지하에 꽤 괜찮은 식료품점이 있다. 포장해 가기도 좋다. 초밥, 샌드위치, 과일주스 도시락 챙기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 여름의 뉴욕, 도시락을 챙겨 센트럴파크에 소풍을 떠난다.

이제야 숨결이 편안해 진다.

센트럴 파크를 처음 기획한 사람은 뉴욕이 거대한 공룡도시가 될 것을 예측하고 뉴욕 한 가운데에 그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가 사람들은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심장이라 한다. 센트럴 파크가 있어 뉴요커들이 살아가는가보다. 나는 뉴욕에서 사는 뉴요커가 아니니 내게 센트럴 파크는 심장이 아니라 허파다.


뉴욕에 지내는 내내 느꼈던 번잡함과 답답함은 센트럴 파크 벤치에 앉아, 바위산에 걸터 앉아 뛰어 노는 딸아이들을 보면서야 서서히 사라진다. 편하고 고른 숨이 쉬어진다.


아이들이 그네를 탄다. 하루를 다 돌아도 구경못한다는 센트럴 파크지만 종일 그네를 타고 놀아도 그만이다. 구경하면 뭐하랴, 오늘은 그냥 소풍날이야

가방의 칩을 꺼내 뿌리자 비둘기들이 날아온다. 비둘기들에게 칩을 뿌려 모이로 주는 딸 아이의 모습을 벤치에 앉아 바라본다. 아이는 조심스레 일어서 모이를 주며 뒷걸음을 친다. 비둘기들이 하나 둘 아이를 따른다. 어느덧 비둘기들은 한 줄로 대열을 갖추어 아이를 따라 센트럴 파크의 산책로를 걷는다.

비둘기들을 이끌고 행진하는 아이는 즐거운지 콧노래도 부르며 지휘하듯 팔도 휘저으며 그렇게 한참을 걷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즐거운지 멈출 줄 모른다. 그냥 내버려 둔다. 뉴욕에 와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니까, 우리 가족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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