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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04. 2016

핀란드에서 가발쓰고 논 얘기

우리는 소녀에요

Alison은 머리숱 적은 Susanna가 걱정이다. 이목구비 또렷하니 이쁘게 생긴 얼굴인데 머리숱이 적어 제 외모를 다 못살린다고 안타까워하던 어느날 우리집에서 커피를 마시다 말고 줄자있냐고 묻는다. 갑자기 물으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아쉬운 대로 포장테이프와 막대자를 주었더니 그걸로 이리저리 두상과 귀밑머리, 목덜미까지 꼼꼼하게 수치를 재고 적는다.


Susanna를 위해 Wiglet을 만들어 주겠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해보겠다고 하는 거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며칠 뒤 Susanna의 패션가발이 거의 완성단계이므로 시착을 위해 Susanna에게 자기 집에 들르라고 했단다.


'너도 와서 커피마시고 가'

딱히 나랑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러 주니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 둘이 약속이 되면 으레 다른 하나를 마저 부른다. 삼총사가 된 것이다.


삼총사는 Alison의 집에 모여 가발을 시착해 보고 옷으로 치면 가봉과정을 거친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걸 집에서 만들지!?!?!! 애들 옷이며 집안 물품들 어지간한 건 내 손으로 다 만들어 내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나지만 가발만드는 사람은 드도 보도 못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며 가발 그물에 Susanna의 머리색과 똑같은 머리칼을 옮겨 붙인다. Susanna의 머리에 씌어 보고는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잡는다. 기웃기웃 구경하던 나는 Alison의 작업 봉지 옆에서 가발 몇개를 발견한다.


Alison!!! 가발이 왜이렇게 많아?


사촌 누구, 누구의 할머니... 이런 저런 사연으로 가발이 필요했던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라고 했다.


나, 이거 써봐도 되니?


그소리를 듣고 Susanna가 달려온다. Alison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울을 보며 가발을 써본다. 둘이 마주보고 배를 잡고 웃는다.


야야, 우리 사진찍자! 이거 진짜 웃기다



대학시절이었나? 스티커사진이 인기였다. 얼마인가의 돈을 내고 자판기처럼 생긴 부스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면 스티커가 되어 나오던 스티커사진, 간혹 가발이나 모자 등 소품이 함께 준비되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그곳에서 오만가지 재미있는 연출을 하곤 했다.


마치 이십대 여대생 시절인양 하하호호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놀았다. 비록 사십이 넘은 영국아줌마, 핀란드아줌마와 함께지만 이십대면 어떻고 사십대면 어떠리, 재밌는걸


우리는 여전히 소녀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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