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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20. 2016

로마#3 당일치기 티볼리

티볼리에서 한 잠 자다 온 썰

피렌체에서는 몇일 있을까? 이틀?

그냥 로마에서만 있다가 오자...

로마에서만 일주일도 넘게 머문다고?

그럼 렌트하자...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고 짐들고 기차타고 이런거 싫은데...?

무슨 로마에서 렌트를 해. 차 세워둘 곳도 없는데...


대학생 배낭여행도 아니고 직장에서건 집안에서건 대접받는 것이 익숙한 중년아저씨는 여행이라 해서 딱히 고생하고 싶지 않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 바람불고 매연도 심한 이런 길에 서있는거 싫은데...' 라고 하거나 ' 책에서 많이 본 천지창조인데 이 줄을 서서 봐야 하나?' 라고 바티칸 박물관앞에서 김을 뺀다. 유럽은 성당 천지라 지루하고 그저 쾌적한 호텔에서 쉬고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며 쉬는 것이 좋다는 남편이다.


이런 남자를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터덜터덜 낡은 시외버스를 타고 티볼리로 향한다. 정류장 주변 카페에서 대충 요기하고 다리를 쉬다가 움직이자는 내 의견과는 달리 힘들게 왔으니 이곳에서 제일 평이 좋은 식당에 찾아가시겠단다. 그래 맘대로 하시게나

맥주 한 잔 큰걸 시켜 시원하게 들이킨다. 배도 부르다. 그냥 파라솔아래 늘어져 있고 싶지만 에스떼 가문의 분수 가득한 정원을 보러 가야겠다 싶어 가족들을 몰고 간다. 잘 가꾸어진 초록 정원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에 넋을 잃는다.


' 엄마! 여기 진짜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은 이내 물장난도 하고 분수가에서 뛰며 신이 났다.


어라? 남편이 안보인다. 한참을 둘러보니 저 만치 떨어진 곳에 그늘을 찾아 누워있다. 가까이 가보니 자고 있다. 아이고야


에라 모르겠다. 나도 눕는다. 시원한 물소리와 서늘한 바람에 잠이 솔솔 오는구나. 간식으로 먹은 샌드위치 빵껍질을 뜯어 물고기밥을 주며 노는 아이들 옆에서 그늘 하나씩 차지하고 잠이 든다.


고백하건데 꿀잠이었다.아이들은 엄마아빠의 낮잠 덕분에 물고기와 한참을 신나게 놀았단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누워 쉬는 유럽커플들도 많이 보인다.


우르르 사진찍고 썰물빠지듯 우르르 깃발따라 가는 단체관광객들도 보인다. 깃발따라 가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단 생각이 든다. 좀더 누워있어야지~햇살도 바람도 물소리도 너무나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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