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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21. 2016

로마#2 로마의 중심에서 정치를 말하려고 했다

이탈리아 로마여행-포로로마노

엄마! 왜 이탈리아사람들은 다리가 짧아요?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위해 나보나 광장 주변의 식당으로 향하던 중 딸아이가 묻는다. 로마에 와서 처음 던진 질문이 '왜 이탈리아사람들은 다리가 짧냐'는 것일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딸의 엉뚱한 질문에 웃음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북유럽사람들의 평균신장이 한참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핀란드에서 지내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니 아담하다고 느껴질 수도...


옛날에 이탈리아사람들은 고기를 먹지 않았대. 빵과 샐러드, 치즈 등을 먹었고 그나마도 두끼만 먹었다고 해. 어떤 사람들은 이탈리아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아서 키가 작은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단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아빠가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너희에게 고기를 푸짐하게 먹인 이유가 잘자라라는 뜻이었으니 전혀 관계없는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어려서 부터 질문도 많고 말도 많은 딸들이다. 어린 나이에 비해 읽는 것을 즐겨 또래에 비해 아는 바도 많고 생각도 많다. 이런 딸들과 로마에 와있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개나리는 왜 개나리에요?

나리과의 꽃인데 그보다 안예뻐서 앞에 안좋다는 의미를 지닌 '개'를 붙였다고도 하던데 그래서 개나리인가?

그럼 나리는 뭐에요?

식물이나 동물은 그 특징에 따라 비슷한 종류끼리 묶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나리'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주었네...

강아지도 예쁘고 개나리도 예쁜데 엄마는 왜 안예뻐서 개를 붙인거라고 해요?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서너살의 딸들은 어른의 사고로는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들을 해댔고 그 질문의 끝은 없었다. 어느 육아서에서 읽었던 것 같다. 아이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응하라고... 끊임없이 아이와 대화하라고...


네 생각은 어때? 개나리는 나리지만 다른 나리과의 꽃들보다 작고 꽃잎도 화려하지 않아..너라면 어떤 이름을 붙여주겠니?


질문에 대한 답이 궁색해지면 아이에게 되려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아이는 눈을 빛내며 답을 찾곤 했다.


작아서 더 귀여운 노란 나리


세살이었을까, 네살이었을까

어느 봄날 주말에 아이가 개나리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우리 아가도 작아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이리 오렴...뽀뽀하자!!!


이랬던 아이가 많이 자라 엄마의 눈높이와 비슷해지고 가끔은 엄마도 몰랐던 지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로마에서도 그랬다.


여기는 포로로마노야...로마인들의 공공광장이라고 해야할까? 이곳에서 로마사람들은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이같은 합의정치야 말로 공화정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어. 저쪽 돌무더기 많은 넓은 터가 보이지? 저곳이 법원이었대. 저기서 법을 정하고 집행했겠지?


로마사람모두가 모여서 의견을 모았어요?

로마사람이 몇명이었어요?

귀족끼리 정하면 그게 왜 다수의 합의에요?

귀족과 노예는 언제부터 어떻게 구분되었나요?


폭포수가 쏟아지듯 질문이 쏟아진다. 학부시절 헌법 과목 중간고사 문제로 교수님은 단 세글자를 칠판에 적고 나가셨다.


'국가란'


90분동안 고작 세 글자지만 나야가라폭포의 물줄기마냥 방대한 내용을 조리있게 작성해 나가느라 진땀을 뺐다. 그때와 비슷한 심정이다. 약 9년여 대학에서 공부한 모든 기간을 통틀어 가장 애를 먹은 시험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시험문제다. 어디서 막힐지 모르는 두려움과 제대로 답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두렴움이 교차한다. 좀더 공부할걸...


저기는 케사르의 신전이야,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율리우스 케사르 알지? 케사르는 집안의 이름이고 케사르집안은 명망있는 정치가문이었대.


그러면 아빠케사르 , 아들 케사르가 전부 로마를 이끈건가? 아빠부시, 아들부시 처럼?

케사르는 전쟁을 많이했다는데 부시랑 똑같네.

딸들이 그늘에 앉아 두런거린다.


저기 보이지? 사투르누스의 신전이래. 국가의 주요보물들을 저기에 보관했다는 구나


국가의 주요보물이 뭔데요?

로마시대의 주요보물이 무엇이었을지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말문이 막힌다. 엉뚱한 추측을 답이라고 내놓을 수도 없어 솔직히 고백한다.


그건 잘 모르겠다. 로마시대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잘 모를때는 모르겠다고 실토한 뒤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엄마의 역할은 마무리된다.


사투르누스는 농업의 신인데 왜 보물을 저기에 보관했지?

주피터의 아버지니까 그랬나보지

주피터의 아버지가 뭐 어때서?

로마신화에서는 주피터가 제우스만큼이나 강력한 신이니까 그 아버지가 최고의 보물들을 관리하는 것 아닐까?

훔쳐가면 벼락치라고?


포로로마노에서는 로마의 공화정치를 논하리라 어렴풋이 마음먹고 나섰는데 로마신화이야기에 빠져버렸다.


팔라티노언덕으로 올라가 보자. 로물로스 형제가 늑대와 함께 발견된 곳이래. 사방으로 로마의 중심지가 한눈에 보인다 하니 가서 살펴보자


지금도 늑대있어요?


딸들아.... 늑대가 중요한 게 아니쟎니....

물론 속으로만 혼자 말했다.


저기 개선문뒤로 해서 가면 되~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개선문이 이리도 많아, 이길 때마다 다 세웠나 보네...


야야야, 저쪽 개선문은 로마의 개선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티투스 개선문이고 이쪽 개선문은 세배루스 개선문이쥐~


뭐 콜로세움앞에도 있대고... 난 파리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저기 다 있어


아이고야~ 누가 로마에서 이삼일이면 다 관람할 수 있다고 했는가? 이렇게 수다를 떨다 보면 하루에 한 곳 다니기도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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