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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23. 2016

로마#1 보르게세 공원의 자전거

지전거 탑시다요 굽실굽실

엄마! 오늘은 어디갈거에요?

전날 콜로세움을 다녀온 딸아이가 눈뜨자 마자 기대에 차서 묻는다. 자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크고 웅장했던 콜로세움,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았던 그 곳을 거닐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들떠있던 아이다. 책에 나오는 오만 데를 다 다녀 본 아이인데도 콜로세움은 그런 아이를 흥분시켰나 보다.


보르게세 미술관이라고~ 베르니니의 후원자인 시피오네 보르게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껏 들떴던 아이가 다시 졸려 한다.


미술관 싫어?

음... 싫진 않아요~ 엄마가 가야한다고 하면 가요


오잉? 이건 뭐래?  

가만히 우리 가족 여행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언제 아이가 활짝 웃으며 열띤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돌이켜 보니 미술관은 아니었다. 미국 3대 미술관이라고 하는 시카고, 뉴욕, 보스턴의 미술관에서도 그외 워싱턴 등 미국 주요도시의 미술관에서도 센트럴파크에서 그네탈 때, 모로 베이에서 카누타며 바다사자 무리와 마주칠 뻔 했을 때, 옐로우스톤에서 곰 가족을 만났을 때, 요세미티 계곡에서 수영할 때와 같은 밝은 미소는 없었다.


미술관은 보르게세 공원안에 있는데 우리는 공원을 먼저 둘러볼거야, 엄마가 간식도 챙길 거니까 공원으로 소풍가자~


예이~~! 그제야 신이 난 얼굴로 침대에서 벗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집에 있는 나의 보물같은 두 딸들도 소풍을 참 좋아한다.


엄마의 퇴근 후 함께 하원하던 아이는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 그네가 너무 타고 싶었을 게다. 지친 몸으로 일분이라도 일찍 아이를 만나고 싶어 건널목 빨간불에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 온 엄마는 아침먹은 상차림이 그대로 펼쳐져 있을 식탁이 마음에 걸려 그네 한 번 신나게 타도록 두지 못했다. 빨리 집에 가서 아침상 치우고 저녁해 먹여야 하니까...세미정장이라해도 편한 일상복은 아닌지라 그 차림으로 놀이터에서 놀아주긴 쉽지 않다. 구두를 신고 놀이터 모래밭을 걸어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를 설득해 집에 돌아오면 옷부터 갈아입고 후다닥 주먹밥이나 김밥을 싼다.


놀이터로 소풍가자!

야호~!


그렇다. 엄마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아이에게 미안했던 것이다. 저녁은 먹여야 하니 저녁거리를 도시락삼아 챙겨들고 놀이터에 나선다.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며 놀다가 배가 고프면 쪼르르 달려온다. 엄마 가방에는 물티슈도 있다. 간단하게나마 손을 씻고 김밥을 먹는다. 물도 있고 간단한 과일도 있다. 소풍이 별거냐


우리 모녀는 이런 소풍을 많이 했다. 그 추억이 아이들에게도 남아 있는 것일까? 다 큰 나이인데도 여전히 소풍을 좋아한다. 뒷뜰 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밥을 먹으면서도 소풍이라 즐거워하던 아이들이다.


머핀과 바나나, 쿠키와 물을 챙겨 길을 나선다. 즐거운 소풍길!


버스를 타고 내려 지도를 보고 찾아가니 허름한 문이 하나 있고 작은 간판이 붙어 있다. 생각보다 허름하네? 문을 들어서니 다짜고짜 미술관건물이다. ( 공원을 돌다가 알게 된 사실.... 보다 번듯하고 큰 입구가 따로 있었다...)


저기가 미술관이야, 저곳은 두시간씩 예약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어. 우리는 먼저 공원에서 놀꺼야


제자리에 서서 어느쪽으로 먼저 움직일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는 사람이 끊임없이 우리 곁을 오간다. 2인승,4인승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들의 웃음도 햇살아래 싱그럽다.


엄마! 우리도 자전거타요!!!!!

돈드는건 아빠께 여쭤봐~

귓속말로 덧붙인다

( 물론 엄마도 자전거 타고 싶어~ 아빠한테 졸라보자!)


미술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니 양 옆으로 나무가 늘어선 싱그러운 길이 펼쳐진다. 그 뒤로 잔디밭에는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공원길을 따라 잠시 거닐다 보니 자전거가 여러대 세워져 있고 파라솔아래 젊은 여자분이 앉아 있다.


저기서 자전거 빌려주나 보다!!!

엄마! 저긴가 봐요!


두 아이는 번개처럼 달려간다. 잠시 뒤 도착한 우리 부부에게 쉴새없이 떠들어 댄다.


엄마! 여기 보면 2인승에 15유로고 4인승에 25유로래요!

저기 1인용도 있어요!

아니야, 우리 4명이니까 4인용 타면 되지~


한껏 들뜬 아이들에게 눈짓을 하며 아빠를 가리킨다.


아빠! 자전거 태워 주세요~

야야, 그걸루 되겠냐... 엄마 따라해

자전거 태워 주세요~ 굽실굽실

자전거 태워 주세요~ 굽실굽실

명색이 아빠가 물준데 굽실굽실해드리자고! 따라해


터지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아이들도 굽실거린다.


아, 뭐야~

멋적어하지만 싫지 않은 눈치다.


2인승 두개 빌리면 되겠다.

응? 그럼 30유로쟎아..4인승은 25유론데?

4인승은 무거워서 잘 안나가고 핸들링도 안되쟎아, 그리고 두대가 이리저리 달려야 더 재밌지...


2인승 자전거 두대에 나눠타고 바람을 가른다. 야트막한 내리막길에서는 꺄아아악 비명도 질러가며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잠시 멈춰 사진도 찍어가며 공원이곳 저곳을 누빈다.


소풍은 언제나 즐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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