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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y 01. 2016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쎄쎄쎄

프랑스 소녀 레오니음~가족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 위해 페리를 타려고 줄을 서고 있다.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한 두줄로는 어림없고 그냥 터미널을 꽉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앞뒤의 사람이 서로 엉키지 않고 처음의 순서가 유지되도록 좌우를 살피며 나름의 줄을 서고 있는데 자꾸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좇아 고개를 돌려보니 무릎을 덮는 스커트차림의 세 모녀와 푸른 스트라이프 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하얀 반바지를 입은 남성, 이렇게 한 가족으로 보이는 네 사람이 불어로 추측되는 대화를 나누며 우리를 흘끔흘끔 바라본다. 저리 우아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왜 흘끔거리지...? 그들의 첫인상은 우아하고 젠틀한 가족


우리가 무슨 실수를 했나? 주변을 단속해 보았으나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해 의아하던 참이다. 우아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마구 풍기던 그들은 그들의 시선에 우리가 어리둥절해하고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연한 갈색의 긴 웨이브머리를 넘기며 엄마인듯한 사람이 얘기한다. 역시나 우아하게


' 쳐다봐서 미안해, 네 딸들이 가지고 있는 인형말이야, 내 딸들도 똑같은 인형이거든, 큰 딸은 바니, 작은 딸은 핑크베어.. 그 이야기를 하던 중이야~'


아, 뉴욕 여행 기념으로 딸들에게 선물해 준 Build in bear 인형이다. 우리가 사는 시카고의 몰에도 매장이 있고 심지어 한국에도 매장이 있지만 아무래도 최대의 매장 뉴욕에서 마음껏 구경하고 골라보도록 매장에 데려갔다. 딸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인형을 고르고 심장을 넣어주고 옷도 한 벌씩 해입혔다. 주민등록증처럼 등록증을 발급해 주는 기계앞에서 각자의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고심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행이 된 바니비와 핑키루는아이들의 품에 안겨 자유의 여신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줄을 서고 있는 무료한 시간, 인형을 계기로 말문을 열었으니 두 가족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여행 온 이 가족은 왠지모르게 우아했다. 아이들끼리도 Nice to meet you! I'm ooo 인사를 하는데 프랑스 가족의 큰 딸아이가 입고 있던 원피스 옆자락을 손끝으로 우아하게 집어들고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한다. 엄마를 꼭 닮은 갈색 긴 머리는 구불구불 찰랑찰랑, 그 소녀의 이름은 레오니~ 으으음~ 이다. 프랑스어 특유의 비음과 섞여 그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추측만 될 뿐 정확히 불러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소녀의 인사는 지금까지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레오니음 아니고 레오니~ 으으음. 한동안 우리 부부는 큰 딸에게 너의 프랑스 친구 레오니 으으으으으음~은 요즘 뭐한다니? 라고 물으며 그 소녀의 이름따라하기에 집중했던 적도 있다.


각자의 소개와 뉴욕에 와서 여행한 이야기등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페리에 오를 시간이다. 자연스레 우리는 원래부터 일행이었던 것 마냥 함께 갑판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고 치맛자락이 휘날린다.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프랑스 자매와 한국 자매는 쎄쎄쎄를 하며 놀고 있다. 그때 두 사람이 아닌 여럿이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랑스 쎄쎄쎄를 소개하는 레오니~으으음, 네 명의 소녀는 둥글게 둘러 서서 팔을 머리위로 들어올리기도 하고 엉덩이를 살랑 흔들기도 하며 프랑스쎄쎄쎄에 집중한다.



얘들아! 지금 너희 등뒤로 자유의 여신상이 딱 서 있어!!!!


약속이나 한 듯이 갑판위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배난간으로 달려간다.


사진찍어줄께!


서로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자유의 여신상을 관람한다. 물론 모든 뉴욕여행의 일정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연락처와 이메일주소를 주고 받아 꽤 오랫동안 안부를 묻곤 했다. 이년 전 한국여행을 앞두고 이것저것 물어올 때 성심껏 도움을 주었지만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어 한국에서 만나지는 못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파리에서 레오니으으음~ 가족과 장미차나 한 잔 마셔야 겠다.


그때 함께 본 자유의 여신상 기억하는지...레오니으으으음가족은 우리에게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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