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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Feb 19. 2022

동물들도 슬퍼하고 애도한다

에세이


단장(斷腸)이라는 말이 있다. '끊을 단'에 '창자 장', 풀이하면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듯한 아픔'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지 그만큼 슬프다는 의미의 비유만은 아니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으나 예전에 어떤 나라에서 한 연구가 생각난다. 그 연구에 따르면 서로 심적으로 깊이 연결된 사람들은, 상대가 병이 들거나 어떠한 이유로 아프면 자신도 그와 거의 비슷한 육체적 고통을 실제로 느낀다고 한다. 그저 기분이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고 한다.


'단장'의 유래를 살펴보면 고대인들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짤막하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다음과 같다.


옛날 중국 동진의 군주 환온이 촉나라를 정벌하기 위해서 군선에 군사를 싣고 강을 건너던 중, 환온의 휘하 병사 하나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 배에 태웠다. 그러자 그 광경을 본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며 마침내 배에 올라탔지만 그대로 죽고 말았다.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다 끊어져 있었다. 이 사실에 화가 난 환온이 새끼 원숭이를 잡아온 병사에게 매질한 후 쫓아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동물도 슬픔을 느끼고 애도할 줄 안다는 것을. (나는 키운 적이 없지만)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 반려인이 슬픔에 잠겼을 때 인간의 언어를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이 전하는 묵묵한 위로를. 하물며 식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데, 동물들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몰랐거나 막연히 느낌으로만 짐작하던 많은 것들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자연에 관해 많이 알게 될수록 다른 생명에 관해 존중심이 더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동물권'이라는 것이 떠오르고 있다. 동물도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함은 기본이고, 고기로 먹는 동물이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하며, 죽을 때에도 최대한 고통받지 않게 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 마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동물복지 인증마크'도 이러한 관점의 산물이다.


그러나 녹록지 않다. 사람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이니 '동물권'은 갈 길이 더욱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동물, 심지어 고기로 먹는 가축도 존중받는다면 사람이 살기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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