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 듣는 반말을 더 좋아함은, 내가 특이한 성격이라서일까? 실제로 난 어지간하면, 나보다 한참 어른에게도 말씀 편하게 하란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반면에,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는 웬만하면 존댓말보단 반말을 듣고 싶어한다. 실제로 옛날에 박물관에서 봉사활동할 땐,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동생이 반말을 했어도 그 모습을 지적한 적이 없다.
그 당시에 내가 대학교 4학년 학생이었고 그 아이가 중2 였는데도 말이다. (하긴 나한테 반말을 했을 뿐이지 나한테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으니까.)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서로 몇 살 차이 안 날 때는 웬만하면 서로 존댓말이나 반말을 같이 쓰길 원한다.
내 뜻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드물다. 보통은 상대가 너무 불편해해서, 오래 보는 사이라면 그냥 관습대로 내가 반말ㅡ 상대가 존댓말을 하는 편이다.
간혹 상대가 내 뜻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서로 반말로 얘기하는 일은 거의 드물고 대부분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다.
대학 때는 나도 편하게 같은 과 후배한테 그냥 말을 놓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웬만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소자에게도 존댓말을 쓰려고 한다. 상대가 나에게 오빠나 형으로 부르면, 나는 00 씨라고 부르는 편이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한테 00 씨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솔직히 나이 차이 난다고 한 사람은 높임말을 쓰고 다른 사람은 존댓말을 쓰는 건 너무 애들 같다고 여기는 까닭도 있다. 난 수직 관계가 부담스럽다. 수평 관계가 좋다. 내가 대접 받은 만큼 잘 챙겨줄 자신이 없기도 하다.
물론 그런 생각을 나보다 연장자한테 요구할 정도로 내가 융통성이 없진 않다. 부모님이나 삼촌뻘 이상이면, 나한테 양해를 구하지 않더라도 반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는데, 몇 살 차이 안 나면 속으로만 욕할 뿐.
나이에 따른 서열 관계가 꼭 나쁘다고만 보진 않는다.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깍듯하게 우대하면, 손윗사람도 받은 만큼 베풀고 챙겨주면 얼마나 훈훈할까. 때로는 그게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만 요즘엔 받기만 하고 아래에 베푸는 미덕을 모르는 손윗사람이 많아서 문제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201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