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 문장의 '한 번'과 ㉡ 문장의 '한번'은 모두 정답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의 '한 번'은 한 번, 두 번 할 때 그 한 번이다. 어렸을 때 수학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던 적이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고 딱 한 번 있었다는 뜻이다.
㉡ 문장의 '한번'은 시험 삼아 어떤 일을 해본다는 의미로 쓰였기에 '한 번'이 아니라 '한번'으로 쓰는 게 맞다. 그러니 이 말을 한 이후에 탁구를 두 번 하든 세 번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탁구 시합의 횟수를 뜻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한번' 뒤에 '만'이라는 보조사가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한 번'으로 써야 한다. 그때는 정말로 탁구 시합 횟수를 한 번만 하자는 뜻이니까.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하지만 '못하다'와 '못 하다'도 쓰임새가 다를 뿐 모두 맞는 표현이다. 이처럼 띄어쓰기 하나로 의미가 달라지는 일이 우리말에는 왕왕 있다. 그런데 모든 언어에 띄어쓰기가 있진 않다. 가까운 곳의 예를 들자면, 중국어와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다고 한다.
우리말도 원래는 띄어쓰기 없이 모두 붙여 썼다. 그러던 것이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온 헐버트 박사가 '띄어쓰기'를 도입하면서 한글에도 영어처럼 띄어쓰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바람에 띄어쓰기가 없었을 때보다 맞춤법이 복잡해졌겠지만, 그것이 생김으로써 우리말의 표현력이 더 풍부해지기도 했을 테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니까.
사진 출처: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글을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길어졌다. 본래는 '만들어주다'의 띄어쓰기를 확인하고 느낀 점을 쓰려 했다. 이제 와서 이야기하자면, '만들어주다'와 '만들어 주다'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한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설명은 위 사진으로 대체한다.)
나는 둘 중 하나는 틀렸거나, 하나는 원칙이고 하나는 허용일 줄 알았지. 내가 국문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30년 넘게 써왔는데도 끊임없이 새롭게 알아가는 한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에 다니는 지인(이라고 하기엔 오프라인에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이 저번에 준 『우리말의 탄생』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할 텐데, 과연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 읽을 책은 아직도 한참 밀렸고 난 책보단 유튜브에 빠져있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읽게 된다면 여기에 소개할 예정이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 <말모이>도 보고 이 책과 함께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