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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 Jun 18. 2021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도 망하는 세상

에세이


이따금 직접 들러 책을 사곤 했던 반디앤루니스 김해점이 이미 몇 달 전에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알았다. 반디앤루니스는 김해에서 유일한 대형서점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반디앤루니스 전체가 망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디앤루니스는 전국에 체인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서점이니까.


다른 곳은 힘들긴 해도 아직은 괜찮겠지 싶었다. 그리고 '큰 서점에 가려면 앞으로는 시외로 넘어가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반디앤루니스가 아예 문을 닫았단다. 반디앤루니스 운영 업체인 서울문고가 부도났단다.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반디앤루니스 김해점보다 더 빨리 문을 닫은 지점들도 많았다.


아니 아무리 출판업계와 서점업계가 어렵다지만, 이렇게 큰 서점이 망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위기감을 느껴 진작에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간 사람들도 있겠으나, 대부분 '설마 이렇게 큰 서점이 망하겠어?' 하고 여겼겠지. 한때 지역 서점의 점원이었던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애잔한 마음이 든다. (한데,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에는 과연 아무런 타격이 없을까.)


이 사태를 두고 어떤 이들은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허나, 난 생각이 다르다. 책은 의무감으로 읽는 게 아니다. 수험서나 전공서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도 한국 사람 평균보다는 책을 많이 사고 읽는 편이지만, 의무감으로 읽은 적은 거의 없다. 재미있어서 읽은 거지. 책보다 재밌는 게 너무 많아진 게 문제의 핵심이다.


한때 책(잡지, 신문 포함)은 거의 유일한 대중문화 콘텐츠였다. 전근대부터 존재했으나 TV와 라디오가 등장한 후에도 책은 건재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웹툰,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한때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었던 책의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졌다. 그럼에도 책이라는 존재가 아예 사라지리라 보진 않는다. 책 쓰기 강좌가 넘쳐나는 모습이나, 지식인이나 문인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책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어쩌면 책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그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지도 모른다. 현재의 웹툰처럼 모든 것은 온라인에 유료나 무료로 연재되고, 그중에 반응이 좋은 것들만 전자책이나 종이책으로 판매될지도 모르겠다. (학술출판은 별개다.)


그리고 지금처럼 오프라인 매장에 수많은 책을 꽂아놓고 파는 모습은 미래엔 옛일이 될지도. POD(주문 제작) 출판이라는 것이 있다. 독자에게 주문받은 양만큼만 책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라 재고가 남지 않는다. 아직은 흔치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아주 일반화된 방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불황에 지친 출판·서점 업계에서 책의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니면 POD 출판과 기성 출판 방식이 공존할 수도 있겠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 강산도 10년이면 변하는 것을 책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 다만 변하더라도 사라지지는 않기를. 불가에서 '생자필멸(生者必滅: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이라 하였지만, 자연의 이치를 안다고 하여 사라지는 모습이 아쉽거나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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