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는 여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던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이 한 문장이었다.
“잃을게 뭐가 있나?”
잃을 건 없었다. 두려움은 모두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을, 안 해보면 후회할 것을 알기에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펜을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경험들을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적어보았다. 지난 10년간 나를 스쳐갔던 다양한 순간들을 모아보니 참 열심히 살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 교환학생, 미국 인턴십, 과외, 통번역, 커리어, 해외 주재원, 세계 여행, 요가, 명상, 사운드힐링, 정신건강 코칭, 자기 계발 등등… 각각 다른 점들처럼 보였던 나의 경험들이, 막상 써놓고 보니 서로 희미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느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일
가장 먼저 연결고리를 찾은 건 최근 번아웃을 극복하며 경험하였던 웰니스였다. 정신건강 코칭을 공부하면서 마음 챙김을 중요성을 깨달았고, 인도에서 수련한 요가, 명상, 사운드힐링, 그리고 Mindful 여행 등을 접목시켜 더 큰 차원을 웰니스로 확장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접 번아웃을 겪고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이를 통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설렘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작게나마 이를 실천해 보기 위해, “Mindful Self-care 마음 챙김 워크숍”을 직접 기획하고 호스팅 해보며 배운 것을 공유하고 나만의 사업 비전을 차차 구상해 보았다.
우연의 기회
알고리즘은 특정 관심사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웰니스 사업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관련 포스팅을 찾아보고 영감을 받던 나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웰니스컬리지 참가모집”이라는 포스팅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에서 웰니스산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교육 프로그램과 웰니스리트릿을 지원해 주는 고용노동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포스팅을 처음 보았을 때, 우연의 기회란 이렇게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전문가분들에게 직접 배우고 참여형 실습까지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치 이 프로그램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만의 경험을 녹여낸 지원서를 제출하였고, 운이 좋게도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어 약 2달간의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많은 배움을 얻었다. 아래는 지원서에 적은 나의 비전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그때의 초심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겨본다.
“저의 비전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신 건강, 신체, 마음을 아우르는 전인적(Holistic) 웰니스 코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웰니스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프로그램을 확장, 다양한 니즈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여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웰니스컬리지에서의 배움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정신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는 퇴사 전 7년 동안 외국계 인사부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한국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여 3개국 해외 주재원 근무를 하다 1년 전에 퇴사했다. 대학생 때 내가 꿈꾸던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번아웃이 시작되었을 때 그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회사 생활이 힘들어 퇴사를 한 것이니 당분간 회사에서 해왔던 일들은 생각하기가 싫었다. 퇴사 후 이직 생각도 없었기에 이전의 커리어가 크게 중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은 언젠가 연결된다. 1년 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소중하지 않은 경험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경험한 것들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번아웃을 극복하는데, 의미 있는 업을 찾아가는데,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를 찾고 쌓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매년 100건 이상의 면접을 참여하고 이력서를 검토한 경험이 나만의 엣지가 될 수 있다면, 다양한 국가의 인재를 선발하고 채용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불씨를 시작으로 나다운 커리어 컨설팅을 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먼저 크몽이라는 플랫폼에 전문가로 등록을 했다. 제공할 서비스를 구상하고, 컨설팅 진행 방식을 구체화하는 모든 과정이 새로운 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 전문가로서 세상에 나를 처음 알리는 것이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연 나를 찾아 줄 고객이 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한분 한분 나를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의 이력서와 면접 준비를 진심으로 도와드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보람을 느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였지만, 상반기 하반기 채용시즌을 지나오며 50건 이상의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다듬으며 한 사람의 이야기가 빛나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들은 누군가의 성장을 함께할 때였다. 특히 불안한 시기의 취업과 이직을 곁에서 도왔을 때 더욱 의미가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하구나를 그들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은 시작의 씨앗이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여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며 일단 해보는 것이 우연의 기회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누구보다 뜨거웠던 나의 여름, 계절이 지나가며 조금씩 무르익어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매일 매일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