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년: 사계절을 지나며 Part 6

계절의 변화: 달라진 나

by The Life Inspired

가을이 와서 그런가? 조용히 앉아 사색하는 게 좋다.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내게도 변화가 왔나 보다.



어떤 일 하세요?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흔히 물어보는 질문.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직업을 먼저 물어보게 된 걸까? 퇴사를 하고 직장이 없을 때 이 질문을 받는 게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나의 정해진 직업이 없으니 나의 정체성이 없어진 느낌이 생각이 들 만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같은 질문을 다르게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어로, 하나의 직업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단 걸 깨달았다. 그렇게 정의하고 싶지도 않다. 단순한 직업이 나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기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심리상담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선생님 제가 이쁘고 직업도 좋은 “사”짜인데, 이 정도 직업은 만나야 하지 않아요?"


“그건 특별한 이유가 아니에요. 그럼 내가 일을 못하게 되면, 얼굴이 늙고 아프면 버림받아도 되는 거예요? 직업은 하나의 조건이죠. 그보다 그냥 ‘나로서’ 이 사람이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이유가 있어야 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의 (과거의) 직업이 나의 모든 정체성이 될 순 없구나. 나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존재이구나. 이걸 깨달은 후부터, 일기장에 적은 한 문장이 있다.


‘I thrive with my evolving identities.’

‘내 정체성이 계속 변화하는 건 당연하고, 난 그대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사장이 되다.


처음엔 단순한 ‘영상 한 편’이었다. 그게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우연히 <사장썸머>님의 영상을 발견하였다. 치열했던 그녀의 회사생활, 무인카페 창업 도전과 실패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영상들을 하루 이틀 정주행 해나겠다. 회사생활을 15년 이상해오며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온 여정이 참 빛나보였다. 그리고 그 빛남이 내 안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저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마음이 카페인24 온라인 특강을 듣게 만들었고, 창업설명회로 나를 이끌었다. 처음엔 의심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영상으로만 봤던 매장들을 직접 찾아가보며 막연했던 불안감은 희망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창업을 결심한 뒤 ‘임장의 임자도 모르던’ 내가 가장 먼저 한 건, 발로 뛰는 조사였다. 1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50여 곳이 넘는 상가를 직접 보고, 하루에도 몇 군데씩 다니며 장소들을 기록했다. 지도 위에선 그럴듯해 보이던 상권이 막상 가보면 별로인 경우도 많았다. 반복하며 배우면서 주변 환경, 사람의 흐름, 상가와 골목의 분위기까지 직접 느껴보는 감각을 길렀다. 마음에 드는 곳은 몇 번씩 다시 찾아가기도 했지만, 아쉽게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험도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만의 공간을 찾았다. 수많은 고민을 한 후에야 상가 계약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젊은 분이 장사를 처음 시작하시는데 잘됐으면 좋겠어요.”


주인분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던 그 길에서 무모함과 설렘이 뒤섞인 새로운 벅참을 느꼈다. 처음 해보는 창업, 처음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들에 가끔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정말 괜찮은 선택일까? 잘 될까? 실패하지 않을까?”


그럴 때마다 떠오른 대답은 단순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2025년 10월 현재, 나의 무인카페 1호점을 오픈한 지 3개월째이다. 그리고 최근 2호점까지 오픈하면서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과 재미를 가득 안은 채, 오늘도 사장이 되어가고 있다.



퇴사 후 1년, 사계절이 불러온 변화


1년 전 퇴사를 결심하였을 때 내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계절이 바뀌며 변화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도 많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 도전적인 결정들, 그리고 새로운 기억들로 가득 찼던 지난 1년. 지나온 그 길에서 했던 그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더 단단하게 살아갈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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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의 길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건, 간절히 원하고 노력해서 해내지 못할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는 믿음이다.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이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글로 나를 다시 이끌고 싶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도, 나의 가장 바닥을 경험하였을 때도, 나답게 잘 살아남은 나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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