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가 지도자가 된다는 것
둘째주 부터는 지도자 관점의 티칭수업이 진행되었다. 학생으로서만 수업을 듣다 보면 선생님께서 보여주시는 자세와 구령에 집중하여 동작을 따라 하는데만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관점을 지도자로 전환하는 순간 이 동작 다음은 무슨 동작이 와야 하지? 어떤 동작으로 시작하고 어떻게 끝내야 하지? 어떤 순서가 자연스럽지? 등 수많은 고민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티칭기술의 가르침은 크게 3가지였다. 앞 동작과 연결동작이 자연스럽도록 전체 시퀀스를 구성하고, 몸의 균형과 보완을 위한 카운터포즈를 배치하고, 신체와 마음 그리고 호흡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수업을 리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을 관찰하니, 요가를 가르치는 것은 멀티태스킹을 동반한 의사소통 마스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요가 수업을 상상해 보자. 지도자는 학생들 앞에서 동작을 선보이며 필요한 움직임과 호흡에 대해 설명을 진행한다. 동시에, 학생들이 속도를 따라오고 있는지 동작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관찰한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다가가 교정을 도와주기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을 위해 구령신호도 가이드 해 주어야 한다. 이미 준비한 순서가 있을지라도 학생들의 컨디션과 레벨에 따라 그때그때 자세의 구성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동시다발적인 상황에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전체 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다. 이러한 요가 선생님의 역할에서 리더의 모습을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었다.
지도자의 가이드에만 의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의미 있는 90분을 선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라고나 할까. 처음 이 코스를 등록하였을 땐 단순히 스스로를 수양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참가하였다. 그렇지만 이번의 배움을 계기로,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미래에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착에 대한 착각
요가 철학 수업시간에 진정한 요가 수행자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행자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것들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 사람, 의식적인 인지를 통해 애정이 애착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사람. 그리고 애착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불러올 수 없도록 몸과 마음의 수양에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라 정의되었다. 애정을 가진 것들에 대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 시작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아가며 마음의 평온함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와의 대화이지 타인을 통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마주하였을 때, 스스로와의 깊은 대화보단 타인과의 대화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경우들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 자신과의 대화를 더 깊이 했어야 하는데. 글을 쓰는 것이, 이런 질문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는 것이 어쩌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척추가 내게 전하는 말
요가 해부학시간에 자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척추에 대해 배웠다. 그동안 허리 통증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주제에 관심이 갔다. 몸을 지탱하는 기둥인 척추의 구성요소들과 다양한 종류의 문제 그리고 이를 야기하는 원인들을 배워가면서 나의 몸에 대해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스트레스, 의자 중독, 코어 부족, 나쁜 자세 등 하부 척추의 문제를 야기하는 모든 원인들이 나의 이전 생활방식을 묘사하고 있을 때, 그동안 얼마나 내 몸에 대해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나의 건강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게 했을 텐데 지금까지 잘 참고 그 정도만 아플 수 있도록 버텨준 척추에게 고마웠다. 이젠 바른 자세를 나에게 선물해야지. 부정적인 에너지를 해소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되고 싶다.
몸의 구조를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요가 신체 정렬 수업이 이루어졌다. 선생님의 첫 질문은 “요가에는 8천만 개 이상의 자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가 자세들을 정렬하는 방법은 몇 개가 있을까요?” 정답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요가의 신체 정렬법은 딱 하나입니다. 균형과 힘의 중심이 되는 척추를 정렬하는 것. 머리, 목과 등을 거쳐 꼬리뼈까지 내려오는 이 센터에 집중을 하고 라인이 뒤틀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의식하는 것이 요가 정렬의 근본입니다.”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은 힘과 유연함을 기르기 위해서 모든 어려운 동작들을 마스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보다는 바른 자세로 정렬된 기본적인 자세들을 마스터하는 것이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척추를 기준으로 정렬해 나간다는 간단한 논리를 들었을 때, 나는 이 접근이 요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살아가는데 적용이 되는 간단한 논리 일 수도.
수 만 가지의 고민과 걱정이 스쳐 지나갈 때 꿋꿋이 버티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 사람의 뿌리, 중심점, 바로 코어이지 않을까.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스스로의 중심을 아는 단단한 사람은 밸런스를 무너지게 하는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결국은 정렬의 기준을 찾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그 중심점은 마치 척추처럼 유연하지만 튼튼한 베이스를 갖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를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았을 때, 나의 중심점을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여정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하게 복잡한 상황이나 자연스럽지 않은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부상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직감을 따르는 삶의 태도가 내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바르게 살아가는 것,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것이란 것을 요가를 통해 한번 더 배워간다. 나의 몸에 대해 알아가고,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내게 중요한 것에 대해 배워가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