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요가 배우기(5) : 200시간 지도자과정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by The Life Inspired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요가철학 시간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배웠다. 나 다운 삶, 진실된 삶을 영위할 때는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지는 건강한 신체, 뛰는 심장박동, 내쉬는 숨소리마저도 감사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큰 고난이 닥쳐오거나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까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인생이 어떤 길로 나를 이끌더라도, 어떻게 반응할지는 본인에게 달려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은 고통받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


인도에 오기 전 명상을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항상 떠오르는 생각들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였다. 그러다 이번 요가 지도자 과정 중 다양한 명상법을 경험해 보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명상의 경험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직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존재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였을 때 깊은 내면에서 떠오르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보름달이 크게 뜬 시월의 저녁이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을밤, 달의 밝은 기운을 받기 위해 우리는 하늘 아래 요가원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 속에서 보름달은 환하게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었다. 빛나는 달에 시선을 집중하며 몰두의 순간에 접어들었다. 왜 이전엔 달을 바라보지 않았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하얀 달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연 속 달빛과 하나 되는 느낌이 들며 긴장도 함께 스르륵 풀어졌다. 고요한 이곳에서 달빛을 감상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이 순간 나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단 안도감을 느꼈다. 지구 어느 곳에 있든 하늘의 달을 찾아 지금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자연의 힘을 느꼈다. 그 날 밤은 인도에서 가장 편히 잠이 든 날로 기억되었다.


평온함으로 기억된 명상의 경험은 인도에서의 마지막 주에 다시 한번 나를 찾아왔다. 명상을 통해 내면의 나를 발견하게 된 건 호흡명상 중 마음속에 떠오른 하나의 문장 때문이었다. “Keep shining 항상 반짝이며 빛나렴”. 몇 년 전 커리어가 피크를 향해 올라가고 있을 때, 상사가 내게 해주신 말이었다. 평소 까다롭고 기준이 높기로 소문난 분이라 그 말을 해 주셨을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분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내 안에서 희망을 보는 것처럼. 그날 이후, 나는 불안한 느낌이 들 때, 그 문장을 속으로 되새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항상 빛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정의한 성공의 길로.


하지만, 명상을 하며 마주한 “Keep shining”은 확신이 아닌 물음표로 다가왔다. “빛나는 나란 어떤 나일까?” 성공한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모든 진실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까. 누군가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 대답한 적이 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타인에게는 나의 진실된 모습을 이해해 주길 바라지만, 정작 나 스스로는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내 마음속의 ‘빛나는 나’란 항상 행복한 나, 성공한 나, 실패하지 않는 나였다. 실망했을 때, 스트레스받았을 때,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부정해 왔다. 왜 슬픔이 몰려오는 거지? 왜 훌훌 털지 못하는 거지? 나는 왜 이럴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나를 아래로 끌고 내려갈 때, 이건 나답지 못한 것이라 여겼다.


마음을 비우고 명상을 하는 도중 떠오른 한 문장은, 돌이 던져진 호수에 물결이 이는 것처럼 머릿속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내가 나를 보듬지 못했음을 깨달은 그날 저녁,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 주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나를 알아가는 여정임을 깨달으며.


갠지스강에 흘려보내기


인도에서 한 달간의 여정이 끝이 나고 있었다. 매일매일 몸의 변화를 느끼며 외면의 나와 내면의 내가 모두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요가지도자 과정의 마지막은 그동안 함께했던 12명의 친구들과 갠지스강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곳에서 우리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은 의미가 깊었다. 해가 질 무렵, 부드러운 강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흐르는 강물 쪽으로 걸어갔다. 나의 손에 노란색 꽃과 양초가 든 접시가 놓였다. 초에 불을 붙이고 각자의 소원을 빌며 꽃접시를 강으로 멀리 띄워 보냈다. 꽃이 만들어 낸 물결은 강가를 따라 해가 지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 순간 함께 계시던 선생님께서 따뜻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우리 모두와 우리의 가족을 위해 행복을 빕니다. 갠지스강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에너지는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어려움과 고통은 모두 강가에 씻어버리고 모두 각자 출발했던 것으로 돌아갔을 때는 새로운 내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석양에 비친 강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나의 소원을 기억했다. “제게 건강한 삶을 선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전처럼 몸과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흘러가는 강물에 기억과 감정들을 흘려보내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잊지 못할 선물 같은 한 달을 인도 리시케시에서 보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유연성이 늘어나며 마음도 함께 유연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느린 걸음으로 생각의 여유를 느끼며, 내려놓음이 몰입의 즐거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이번 여행. 지금의 여정은 마무리되지만 이것이 새로운 시작임을 알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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