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다.
2025년 8월 30일 아침, 알람 없이 잠에서 깼다. 오늘은 회사를 퇴사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꼈다. 사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시간보다 더 빠르다고 느낀 건 나에게 일어난 변화들이었다. 퇴사 후 1년이 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기록으로 남겨보자 싶었다. 지난 8월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집으로 돌아가다.
나의 마지막 근무지는 베트남 호찌민이었다. 지난 3년간 매년 새로운 나라로 이사를 다니며 치열하게 살았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6년간의 회사 생활도 마무리지었다.
퇴사를 결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입사 이후로는, 커리어가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삶을 살아왔기에. 아이러니하게도 퇴사 바로 직전이 커리어의 피크이기도 했다. 승진의 기회가 코앞에 있었고 물질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삶처럼 느껴져 부정하기가 더 힘들었다. 사직서를 제출할 때 과연 내가 옳은 결정을 하는 걸까 백번은 고민했다. 어른이 된 후 형성된 나의 가장 큰 정체성을 부정하는 게 맞을까? 한창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깨달았다. 내 직감이 이끄는 대로 하자. 그게 최선인 것을. 나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다독이며.
나에게 세상은 참 넓은 곳이었다. 20살 이후 집을 떠나 학교를 다니고, 해외 생활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며, 내게 집은 일시적으로 잠시 머무는 곳을 의미해 왔다.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20대를 보내며 평생 이렇게 살고 싶을 줄 알았다. 그런 내게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해외 생활을 하는 것은 꿈같은 생활이었다. 밸런스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집. 새로운 업무, 새로운 상사. 매 순간마나 나 자신이 적응의 동물임을 자각하며 방랑자 생활을 한 지 3년이 넘었을 때, 내 삶엔 일만이 남아있었다. 회사 이외의 삶이 없어진 나. 행복이란 감정을 잊어버린 나. 불면증과 허리 통증만 남은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 따윈 없었던 그때. 잠시 멈춤이 절실하게 느껴지던 그때, 나는 퇴사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