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악의 13일의 금요일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줄게라고 했던 그도 결국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못하고 떠났다.
2023년의 첫 번째 13일의 금요일은 기분 나쁘게 비가 내렸다. 누군가 분무기로 내 얼굴에 대고 칙칙 뿌리는 듯하게 찜찜하게 비가 내렸다. 날씨마저 나를 언짢게 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큰 호수가 있다. 차가운 호수와 따뜻한 비가 만나 온통 세상이 하얗고 뿌옇게 보였다. 마치 산신령이 금도끼와 은도끼를 고르라고 질문을 던질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신비스러운 풍경이 나쁘지 않았지만 평소랑 다른 풍경에 이질감이 들었다. 안개가 내 눈을 가려서 그렇게 유쾌하지만도 않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세상의 잡음들이 사라진다. 잡음들이 빗소리로 수렴하게 되어 세상이 고요해진다. 가뜩이나 고요한데 눈에 보이는 것도 없으니 약간의 불안감이 조성되었다.
기묘한 날씨가 일종의 복선이었을까. 나는 13일의 금요일에 내 첫 남자친구와 이별을 했다. 13일의 금요일 징크스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우리의 연애 기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의례 다들 말하듯 성격차이 탓이었다. 이걸 끝내 좁히지 못하고 희뿌연 날에 헤어졌다. 첫 연애, 첫 이별이라 그런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나는 이별의 경험이 많지 않았다. 친구와 손절을 두 번 정도 해보았지만 죽을 만큼 힘들지 않았다. 사랑과 우정 중 나는 사랑을 택하는 사람이라 그랬을까. 한때 내가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란 많은 힘이 필요했다. 마음을 미처 추스르지도 못한 채 금요일이면 나는 카레집 알바를 가야 해서 슬프지만 안개비를 뚫고 돈을 벌러 갔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는 직원이 총 세 명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심적으로 의지하는 직원 한 분이 있다. 배고프면 음식을 챙겨주신다든가 빼빼로데이 때 빼빼로를 챙겨주신다든가.. 해서 표현을 잘하진 않았으나 항상 고마움을 느꼈다.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 날 것 같은 상태였는데 이 천사 직원분이 웃으시면서 "저 이번 달 말까지만 나와요."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과수 폭포처럼 울음을 쏟아내고 싶어졌다. 참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13일의 금요일에 나는 소중한 인연 2명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헤어짐과 끝의 다른 동의어는 새로운 시작이다. 끝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새로운 기회나 인연이 생긴다. 지금은 '13일의 금요일의 징크스'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오히려 '13일의 금요일의 행운'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