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 엄마는 왜 선물을 못 받았어?

by 노른자

꼼이는 산타할아버지가 기다란 망원경이 있어서 하늘에서 어린이들을 지켜본다고 믿고 있다. 산타할아버지는 눈의 나라에서 산다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꼼이 마음속에 산타할아버지는 그 누구도 해할 수 없는 우주적 존재인가 보다. 자신을 지켜볼 때 우리 집 창문을 뚫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하고, 뚫린 창문으로 들어온 망원경 끝으로 할아버지 눈이랑 마주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망원경을 잡아당길 거라고 한다.

이브날 산타할아버지가 먹을 간식을 차려놓고 잠자리에 들면서 산타할아버지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손을 잘 씻고 먹기를 바라면서 그림 한 장을 남겼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잘 먹고 가실까?” 잠자리에 누워서도 걱정을 하길래 지금 실시간 산타할아버지 상황에 대해서 릴레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루돌프 비상용 코

지금쯤이면 어디에 계실까 하는 물음에 “아직도 선물을 챙기고 있겠지. 어린이들꺼 다 챙기려면 벌써 배고프겠다. 다른 집에도 간식이 있겠지?” 한다.

아마 다른 집에서도 간식을 준비할 거고, 어린이들이 마음을 듬뿍 담은 간식은 남다른 힘이 있어서 산타할아버지가 먹고 힘이 불끈 날 것 같다고 하니 이번엔 루돌프 걱정을 한다. “루돌프가 힘이 없어서 코에 빨간빛이 꺼지면 어떡하지? 우리가 트리에 달린 거 하나 빼놓을까?” 한다.

루돌프의 코는 마법처럼 늘 빛이 나니 걱정 말라고, 루돌프는 사실 사슴이 아니라 힘도 센 순록이라 먼 거리도 끄떡없다고 하니 나를 다그친다. “그래도 엄마. 혼자는 힘들지. 혼자 썰매를 끌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선물이 엄청 많다니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선물을 받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했지만 꼼이는 당연히 자기 선물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만약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배달이 늦어지고, 우리는 특별히 잠에서 일찍 깨어나 산타할아버지랑 마주친다면 무슨 말이 하고 싶냐는 말에는 “산타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선물은 잘 두셨나요. 할아버지 너무너무 사랑해요” 하고 한다고 한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엄마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궁금해졌나 보다. 어떤 선물을 받았냐고 묻기에, “예전에 엄마는 꼭 가지고 싶은 선물을 달라고 소원을 빌어도 그것 말고 책이나 신발을 주셨어” 하니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싸더니 표정을 살피며 묻는다. “엄마. 혹시 놀 때 어떻게 놀았어?” 착한 어린이가 아니었냐고 묻는 말이다.

밥도 잘 먹고(잘 안 먹었다) 엄마 말도 잘 듣고(잘 안 들었다) 잠도 일찍 자는(자는 척했다) 착한 어린이였다고 하자 꼼이는 깨달은 것처럼 “아하!” 하더니 “엄마.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이름을 정확히 알려줘야 돼. 그냥 인형 주세요- 그러면 안 돼. 안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도 이건가 저건가 요건가 조건가 고민하면서 그만 다른 선물을 꺼내버릴 수도 있잖아. 산타할아버지는 생각이 많거든.”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생각이 많다는 건 대체 어떻게 안 건지, 이미 산타를 나와 남편이라는 필터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일까? 이미 우리라는 것을 눈치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여하튼 나는 아이와 마지막 대화를 하면서 아이의 폭신한 손이 감싸준 볼의 온기로 오랫동안 품어온 크리스마스에 대한 서러움을 모두 털어버렸다. 이쯤 되니 아이가 나의 산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 가장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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