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 속에선 정말 독특한 소리가 많이 난다. 꾸르륵 찌잉 꾹 꽁 뿍 뿌르르르.. 이런 소리가 날 때 대체로 나는 탄산음료수가 내 배 속에 가득 찬 상상을 하곤 한다. 대체 장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는 정도로 시끄럽다.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이나 사무실이었다면 정말 도망가고 싶었을 텐데 다행히 지금은 침대 위다.
어릴 적 아빠의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들리던 아빠 배 속의 소리가 아직 생생하다. 내 뱃속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났던 것 같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빠 배 속에서 작은 인형들이 음식을 잘게 부수고 있거나 커다란 콧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 방울이 가슴에 도착해 아빠 몸통을 크게 만드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내가 베고 있는 아빠 팔의 맥박소리도 들렸다. 뽈딱, 뽈딱, 심장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다. 아빠 핏줄 안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주로 주말 낮에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선잠을 잤다. 바닥이 차가워도 아빠 품에서 전해오는 온기가 몸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아빠 뱃속의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으며 생긴 만족감이 나가서 땀나게 뛰어놀고 싶은 마음도 잠재웠다. 그 순간만큼은 아빠는 내 차지였다.
사랑하는 중 지금 꼼이가 내 팔을 베고 누워있다. 어릴 적 내 아빠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아까 낮에 먹었던 바닐라라떼가 어째서인지 내가 여기를 지나가고 있다며 배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꼼이는 지금 약 기운에 자는 것이니 깨지 않았으면 해서 배에 힘을 주기도 해 보고 살짝 돌아눕기도 했는데 어림도 없다. 내 귀에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면 꼼이 귀에는 천둥과 같이 들리겠지만, 자기 베개를 베고 뒤척이다 내 품에 온 꼼이는 오히려 천둥소리를 들으며 곤히 잠이 들었다. 아이 정수리를 보며 어쩐지 내 방귀 냄새까지 사랑해주는 애인의 마음을 느낀다. 나의 아빠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주말에 아빠 팔을 베고 선잠을 잤던 나는 사랑받는 아이였구나. 육아는 내 모든 것에 위안을 받는 아이를 보며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든 것을 다시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아이로 하여금 또 나를 사랑하게 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