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음내림 Oct 14. 2015

사랑하는 일은 아프다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뾰족한 것들 뿐이다.






난 뾰족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독 이상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뾰족하고 어딘지 모가 나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할 때면 가끔 화가 난다.

화가 나면 가슴이 아프다.



책 속에서 보던 것처럼

찢어지는 듯이 아프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면서 

애정을 아끼고 베풀지 않는 사람들은 나쁘다.

그리고 나는 나쁜 것들에게 이 간다.







나의 수많은 아프고 나쁜 것들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파생되어왔다.






 그러고 보니
사랑하는 것은 나쁘다.






아프고 나쁘다.  





나도 아픈데 나도 위로받고 싶은데

여기저기 다치고 들어오는

나의 소중한 것을 볼 때면

내가 아픈 것을 깜빡 잊는다.






필요 이상의 습관적인 책임감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나의 몸으로

뾰족한 나의 것들을 힘껏 안아버린다.





나의 것들은 놓으라고 소리를 친다.

검고 붉은 피를 뚝 뚝 흘리며 소리를 친다.







그러면 나는 더 있는 힘껏 안는다.






뾰족하고 소중한 나의 것들은

어딘가 결핍이 있다.






 '그래서 내가 반드시 안아주어야만 해.'

그 작은 결핍이 나에겐 그들의 위기로 다가온다.







나의 에 안겨 잠시 버둥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혼신을 다한 듯, 그러나 어딘지 틈을 주듯.








나의 곁에서 버둥거리던 나의 것들은

소리를 치다 지치면 울기 시작한다.







서럽게도 운다.






'이렇게 울면 반드시

눈물에 잠겨 죽을 거야.'

싶을 정도로 울어댄다.






한참을 그렇게 울어대다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넨다.







'나를 끝까지 놓지 않아 줘서 고마워.'








어느 날, 문득 모두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결핍은 나의 눈에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핍은 겪어 본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작고 섬세한

감정의 결정인 것을.








그리고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그들은 나처럼 괜찮을 거라는 것을

외롭겠지만 그들은 괜찮아질 거라는 것을.






그들은 사실 나였다.







그것들은 결국 나의 뾰족함이었고

그것들은 모두 나의 결핍이었다.








가슴이 아프니

울어버려야겠다.

오늘은 그냥 하염없이

울어버려야겠다.




그래야 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흩어져버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