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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Nov 15. 2015

늦은 새벽 나만의 고찰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왔다.



아마 2년 만에 만났을 텐데

늘 곁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아니다.


나는 아마도 늘 지금처럼 그 친구를

곁에 가까이 두고 싶었었기에

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왔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존재만으로 의미가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정성 들여 로스팅된 원두가 향긋하게 내려져 좋은 커피가 되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예쁜 잔에 담겨나오는, (사장님도 멋있는) 내가 요즘 무척이나 좋아하는 카페로 이끌고 가서

마주 보고 앉았고 친구는 내게 말했다.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도
외롭다는 그 감정이 계속 있더라.
왜 네가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생각이 났고 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네가 전화를 안 받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도 같은 생각한 적  있어.'라는 말이

울컥하고 올라오려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배시시 웃어버렸다.




왜일까?

예전 같았으면 뱉었을 말을 삼켰다.





미안한 감정과 동시에 되새긴 반가운 문장.

'왠지 모르게 네가 생각이 났어.'







가벼운 농담을 덧붙이며 웃어넘기고는

친구와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고

서로는 많이 변해있었지만 그대로였다.

미세하게 신경 쓰이는 변화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주 보고 앉아있다가 카페를 나와서 비가 온 뒤 촉촉해진 거리를 예전처럼 나란히 걷는데 행복하다고 느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내가 그를 생각하듯 나를 생각해주는 것.

나와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나를 필요로 함으로써 내가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공간을 채워줄 수 있도록

나만의 지정석을 내어주는 것.




'이런 작은 기적들이 그냥 시간 속에서 흘러가지 않고 그의 입을 통해 전달이 되어서 나 스스로가 인지하게 됨으로 뭔가 내실이 꽉 차고 든든한 알짜배기 행복을 느끼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행복이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피부로 와 닿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늘 그렇듯 비슷한 시간에 저녁을 먹고

이제 자야지 싶어 씻고 누웠는데

친구가 뱉어 버린 말이 자꾸만

나를 두둥실 띄운다.





왠지 모르게 네가 생각났어




이 친구가 나의 친구인 게 참 좋은 일이다 싶고

이 친구와 만난 오늘이 어쩐지 의미가 깊구나 싶다.



부쩍 빨라져 버린 시간이 자꾸만 아쉽고

시간 속에 나는 남겨져 버리는 것 같아

불안함을 자주 생각하던 요즘 같은 날

친구와 만나 나눴던 대화가 정겹다.







친구에게 뱉어버리지 못한 마음속의 말을

나는 아무래도 얼른 뱉어버려야겠다.






'너와 친구가 된 그날이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구나.' 하고







이름만으로도 오늘을 살게할,


모두에게 그런 따뜻한 여운을 주는

좋은 친구가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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