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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May 12. 2016

화양연화(花樣年華)

 






가닥가닥 흩어진 미소 뒤에

아른한 그대가 있었네







옅게 들리는 바람 한가운데에도

희미하게 그대가 서 있었네







몇 번이고 놓칠뻔한 어여쁜 손을 당겨

어디론가 향하고자 발길을 재촉할 때

'그리웠던 거로구나' 하시며

바쁘던 걸음을 멈추시네






그러다, 조금만 있으라 하시고는

영영 안 올 듯이 멀어지시다가

그림자마저 부서지는 듯 두려움을 품은 

숨이 가슴에 들어 먹먹해지












어디선가 꽃 분홍빛 물든 향을

이리저리 잔뜩 묻혀서는

어디로부터 인가 너울너울 빛줄기 마냥 

걸어서 내게  안겨오시네









어제 가시 었는지 두해 전 가시 었는지

여전히 곱고 정다운 모습을 하시고서

조용하고 가지런히 팔을 굽혀

나를 이리저리 매만지실 때에








그 모습에 흠뻑 젖어 손길따라 맡겨두고는 

문득 미운 마음이 일어 눈을 흘기다가도

내가 미워져 가실까 옷깃을 부여잡고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들숨따라 애원하네










겨울 햇살이 깨어진 조각처럼 모든 창에 들을 때

그대 나를 마음에 들여주었고

해님이 달님을 깨끔발로 마중 나갈 가 되어

처럼 돈독히 품어주시더니












새하얀 종이 위에 떨어진 수채화 물감

한 방울처럼 흩어지고 찢어진 채

내게로  세상 둘도 없이 다정할 것처럼

고운 말을 늘어놓으시다가



그 모습 그대로 깨지다, 부스러지

사방으로 흩어지셨네











그대 보드란 살결에

나의 온 신경이 전율하고

이미 돌아선 발걸음에도

잔향이 남아 풍겨 올 때에




오도 간 자취 없는 요란함만이

나의 아침을 일으키고 

미처 가지 못해 남은 향기가 이리저리

옷자락 주위에 내려앉아 스며드네










떠나가는 향기처럼

'차라리 모두 잊으라' 노래하듯 읊으시더니 

말처럼 간 곳없이 그대는 사라지고

나는 남아 잔향만 애처로이 붙잡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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