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닮은 사람들에게는 가을 향기가 난다.
그 사람에게도 역시 짙은 가을 향기가 난다.
조금 차갑기도, 조금 다정하기도, 게다가 아련하기까지 한 형용할 수 없이
묘하게 포근한 갈색의 공기까지 더하여
어쩌면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도
가을이 잘 어울리는지.
가을 향기.
겨울이 되기엔 조금 들떠있고
여름 끝자락이라기엔 너무 많은 것이
급격히 씁쓸해져 버린 새벽 공기같이
청량하지만 진한 향기.
가을을 닮은 사람이 좋았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늘 저 먼
누군가를 향해있는 눈동자.
그리고 그 너머의 갈색.
그 온도를 알 수 없는 묘한 색감,
갈색.
갈색은 따뜻한 사물에 대한 이미지에
무엇보다도 잘 부응하는 색이지만
묘하게 온도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묘함의 반복적인 응집으로 이루어진 색.
가을을 닮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너그럽지만 모든 것을 다 포용하지는 않으며
늘 곁을 주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은.
이중적이지만 그 특징들이 스며들듯 결합된 하나같은 물체로써의 감정으로
전달이 되는 그런 분위기.
이런저런 의미들을 다 맞추어 봤을 때
그들이 성숙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무언가를 늘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는
도중에도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복잡한 사고방식이 습관처럼
자리 잡힌 그들의 침묵.
혹자에게는 망상가 혹은 몽상가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는 그저 낭만 주의자 혹은 여행자.
어느새 가을을 닮아버린 건지 나 역시도 약간의 무언가가 시간을 따라 쌓여서 스며들었다.
쌓여서 스며들어주었다.
자연스럽게 어울려주었다.
고맙게도, 감사하게도.
가을을 사랑하면 외로워지는 것인지
외로워지면 가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으나 허무한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고독과도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글을 쓰게 만들고 생각을 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드는 여러모로
가치가 대단한 외로움이 가을을 따라 찾아왔다.
가을의 천연색 속에서 하나하나 쌓여서 스며들어준 수많은 시간들이 이제 나를 겨울의 문턱으로
이끌어주었고 가을은 소리 없이 겨울이 되어
나의 풍경이 되어주었다.
그들도 그렇게 봄이 되기도, 여름이 되기도,
다시 또 가을이 되기도 할 것이다.
누구도 모르게 홀로 시간 속을 지나 어느 때든
내가 원하는 배경을 만들어줄 것이다.
나는 가을로 돌아오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가을을 거쳐가는 사람을 좋아하며 결국에는,
되도록 가을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들과 마주 앉아 시간과 같이 여유롭게,
시간과 같이 씁쓸하게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되어 같이 흐르고
웃고 스며들게 되기를.
나의 부재와 그의 부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또한 아름답게 기억하게 되기를.
매년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줄 진한 향기를
남긴 가을이 되기를.
그들의 계절에 나의 의미가 묻어나기를.
그렇게 평범한 나의 바람을
이번 가을에 실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