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미인이시네요." 내게 그 말은 구원이었다. 복덕방 주인에게 그 예산으로는 고시원도 무리라는 훈계를 듣고 있을 때였다. 그는 건물주였는데, 원한다면 자신의 빌라에 살아도 좋다고 했다. 돈은 사정이 나아지면 달라고, 돈보다 자신의 빌라에 걸맞은 사람을 원한다면서. 갈 곳 없어 오래 헤맸기에 망설임 없이 그를 따랐다. 손바닥만 한 작은방 한 칸이었지만 내게는 더없이 소중했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빌라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건물주는 얼굴이 반반하거나 개성 있는 사람들을 꿰어내 빌라에 수집하는 미치광이였다. 심지어 세입자가 별 볼일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폭언과 폭력으로 쫓아내기 일쑤였다. 아직 방을 지키고 있는 나와 쫓겨난 그들 중 어느 쪽이 나을까, 자문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빌라는 늘 그렇듯 사람이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내 옆집은 그 주기가 짧았다. 벌써 새로운 사람을 데려왔는지 밖이 소란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반 죽어서 나간 지 얼마나 지났다고. 건물주의 가증스러운 목소리가 선명했다. 그리고 뒤를 잇는 무뚝뚝한 목소리에 귀가 번쩍 트였다. 목소리가 이렇게 잘생길 수 있나? 슬쩍 문을 열고 복도를 훔쳐봤다. 건물주는 부처 같은 미소로 세입자를 현혹하는 중이었다. 커다란 남자의 키 때문에 건물주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조금씩 문을 벌렸다. 끼이- 소리가 나는 바람에 그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건물주는 남자를 의식했는지 애써 웃음 지었다. 재빨리 문을 닫고 바깥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막 안으로 들어서려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목소리만큼이나 잘생긴 남자는 까딱 목례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나는 건물주가 머리채를 뜯으러 올까 두려움에 떨었다. 그럴 때마다 옆집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리기를 바랐다. 종이처럼 얇은 벽 너머는 왜 이리도 조용한 건지. 이상하게 그가 보고 싶었다.
⬇'석류가 쏟아지는 방'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뒷 이야기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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