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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슈즈는 꼭 사야 하나요?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못하던 내가 러닝화를 샀다.

by 이영균

러닝을 시작하고 1년은 집에 흔히 있는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달렸다. 초보자가 도구 탓을 하는 것은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일단 기본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달렸을까? 이제 달리기가 삶의 일부가 되니, 러닝슈즈를 한 켤레 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편이라, 매번 상품 앞에서 쭈뼛쭈뼛 서서 시간을 한참 보내며, “이게 과연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다. 백번 양보해 큰맘 먹고, ‘나이키 알파 플라이’라는 생애 첫 러닝화를 구매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운동은 장비 빨’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쿠션감과 추진력이 남달랐다. 이것보다 상위 모델은 도핑을 했다고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탄성이 좋다고 한다는데,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안된다. 그렇게 이 신발을 신고 일 년쯤 달렸을까? 1,000km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다. 확실히 일반 운동화와 러닝화는 달랐다. 충격 완화 작용과 땀이 쉽게 배출되니, 러닝슈즈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신발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꽤 많이 낡아 있는 모습이다. 나와 함께 서울 한복판을 누비고 다니던 새하얀 녀석이 꽤나 까무잡잡해진 얼굴과 상처 난 몸으로 앞에 있다.


여러모로 고마운 녀석. 조금만 더 같이 달려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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