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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Oct 21. 2023

사우나, 핀란드 첫 통과의례

헬싱키에서 친구들을 재회했다. 한국에서의 각자 회사스케줄이 있던지라 비행편도 조금씩 다르다. 캐나다에서 날아온 언니도 있다. 한 명 한 명 도착하는 친구들을 맞이했고 우린 자정이 되어서야 5명의 완전체가 되었다. 


우리의 첫 숙소는 헬싱키의 신식 아파트이다. 사실 이 숙소를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원래 예약했던 숙소가 취소되면서 급하게 예약했던 숙소였고, 최근에 등록된 아파트라 리뷰도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만큼 처음 이 숙소를 마주했을 때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호스트의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도 한몫했으리라. 우리를 소리치게 만든 곳은 다름 아닌 집 안에 있는 사우나! 역시 사우나의 나라다. 핀란드에 머물렀을 적, 쉐어아파트에 살았던지라 공용 사우나만 경험해 봤다. 이렇게 집안에 떡하니 개인 사우나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한 헬싱키 아파트의 로비
집을 보자마자 '완전 헬싱키 스럽잖아?!"

핀란드의 가정집엔 대부분 사우나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가 550만 명 정도인데 사우나가 무려 330만 개 정도라고 하니 핀란드인들에게 사우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여름 별장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에 뛰어드는 문화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전에 쉐어아파트에서 사우나를 한 후, 친구와 눈밭을 뛰어들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너무나도 얼얼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사우나로 뛰어들어갔다. 그 경험을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핀란드 속에 녹여드는 기분이 들었다. 핀란드에 오면 응당 해야 할 통과의례를 마친 느낌이랄까. 오늘은 좀 더 고요하게 통과의례를 거행한다. 옆에 눈밭과 호수는 없지만 한 가정집의 작은 사우나가 주는 안락함이 또 다르다. 

다 함께 하는 핀란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가장 설레었던 순간이었다. 아직 여행 첫날이 하루 밖에 되지 않은 순간. 앞으로의 여행 나날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순간. 아쉬움보다 설렘이 가득한 순간. 여행의 시간들이 지나가지 않고 항상 이 첫날의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순간에 머물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부터 여행이 끝나는 시점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우린 계속 "비현실적이야!"라고 말한다. 우리 다섯 명이 오랜 기간 꿈꾸었던 핀란드의 재방문을 지금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경험하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밤비행기로 늦게 도착한 친구들을 위한 저녁만찬

내일을 위해 우린 각자의 침실로 향했다. 북유럽 답게 더한 것도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공간. 마리메꼬 침구 또한 핀란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행 동안 잠을 잘 못 잤는데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다섯 명이서 묵기 딱이다!
과하지 않는 이 깔끔한 인테리어, 북유럽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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