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에서의 소박한 아침
여행은 아침 식사로부터 시작된다. 보통 여행을 할 때면 꼭 아침을 챙겨 먹는다. 호스텔이나 호텔에 갔을 땐 꼭 조식을 포함시킨다. 평소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챙겨 먹는 습관도 있지만, 여행지에서의 "아침 식사 시간"이 참 좋다. 바쁘게 일터로 향해야 하는 조급함이 없는 느긋한 시간. 단지 오늘 하루 어떤 곳을 갈지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한 시간이다. 낯선 곳에서 평소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음식들과의 조우도 좋다. 호스텔이나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땐 수많은 전 세계 여행자와 함께하는 느낌도 새롭다.
헬싱키에서의 첫 아침은 우리가 십여 년 전 핀란드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들로 가득했다. 가난한 교환학생 시절, 저렴한 독일 마트 Lidl에서 대부분의 식료품을 구매했었다. 요번에도 대부분의 아침을 Lidl에서 공수해 왔다. 핀란드의 대표 음식인 일명 쌀빵과, 높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 요거트와 직접 딴 블루베리. 여기에 커피나 차를 곁들이다. 당시엔 달지도 않고 너무 정직한 맛인 쌀빵이 도대체 무슨 맛인가 했는데, 한국에서 가장 그리웠던 핀란드 음식은 이 쌀빵이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담백하고 고소한 이 빵이 맛있게 느껴진다. 나이가 드니 입맛이 바뀐 걸까.
배부르게 아침 식사를 한 것도 참 오랜만이다. 배를 꽉 채운 아침 식사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중요하다. 여행지에서 활동량이 꽤 많은 편이라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모이면 식욕이 더 폭발하곤 하는데, 사실 지금도 많이 먹지만 예전만큼 많이 못 먹는다고 함께 속상해했다. 스무 살 남짓한 시절, 그땐 정말 모일 때마다 엄청나게 먹었다. 종종 한국 음식을 해 먹는 날이 있으면, 불고기는 물론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을 고봉으로 담아 먹었었다. 밥을 먹고 나선 아주 달달한 Lidl표 쿠키와 아이스크림은 덤. 아마 당시 외국인 룸메들이 작은 한국 소녀들이 밥은 무섭게 먹어댄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시절이다. 음식을 나눠 먹는 파티도 얼마나 자주 열렸는지.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할 때면, 우리의 시그니처인 불고기와 고봉밥을 대접하곤 했다.
소화기능이 떨어져 예전처럼 많이 먹진 못하지만 좀 더 건강해진 메뉴의 핀란드에서의 첫 끼가 맘에 든다. 그리고 헬싱키에서 함께 할 여행 첫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