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견디는 나목에겐 봄이 찾아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박수근 전/21.11.11-22.3.1

by 베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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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작가의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이 진행 중입니다.(~22.03.01). 밀레를 사랑한 박수근은 소위 제도권 밖의 작가입니다.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나갑니다. 소재도 특별합니다. 전후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삶을 일구어 나가는 평범한 우리네의 여인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빨래, 맷돌질, 육아 등의 노동을 하는 그림 속 여인들은 투박하고 평범하지만 고귀해 보입니다. 농촌의 풍경과 일상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밀레를 떠오르게 합니다. 실제로 박수근은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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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폐허가 되어버린 그곳에서도 삶은 피어납니다.


판잣집이 즐비한 창신동을 배경으로 한 그림도 눈에 띕니다. 곧 무너져버릴 것 같은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실제 작가는 창신동에 터를 잡고 10여 년을 살았습니다. 당시의 궁핍한 삶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은 리얼리즘 작가, 한영수 작가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함께 보니 마치 그 당시에 내가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박수근 작가는 아기 업은 소녀를 소재로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길가에서(아기 업은 소녀)' 작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실제 한영수 작가 사진에도 동생을 업고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작은 동생들을 업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찡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무(나무와 두 여인)'는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두툼한 질감 위에 단순한 구도로 그려진 이 작품은 전시장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 앉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KakaoTalk_20220116_125401346_02.jpg 길가에서(아기 업은 소녀). 1954


KakaoTalk_20220116_125401346_03.jpg 나무(나무와 두 여인). 1962


"혹시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나요?"

"박수근은 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디는 나목과 같았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 '나목'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기울어진 가세,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서의 삶, 전후 피난민으로서의 삶 등등 그에겐 추운 겨울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단단한 나목처럼 그는 머지않을 봄을 기다렸습니다. "혹시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나요? 하지만 겨울을 깡충 뛰어넘을 봄을 생각하는 우리의 가슴엔 벌써 오월의 태양이 작열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년과 같이 희망을 꿈꾸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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