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이직한 후 지인이나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느 회사가 더 좋은지. 이건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으로 들렸다. 그만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려웠다. 사실 더 좋음을 따지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나에겐 전 회사에서의 경험도 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현재 이곳에서 일하면서도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HR 컨설팅펌에서 약 3년을 일했고, 이직한 곳에서 인하우스 HR을 한 지 3년을 바라보고 있다. 각각의 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각 회사의 특성과 장단점이 더욱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HRer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느 곳에서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각 특성을 잘 따져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어디에서 시작하든 정답은 없다.
#HR 컨설팅펌 빡셈, 그러나 빠른 성장
1. 빡세다
HR 컨설팅펌은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빡세다. 현재는 주 52시간제가 도입이 되어 이전보다 노동강도가 줄었을 수 있다. 하지만 컨설팅업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빡셀수 밖에 없다. '고객의 요청'을 '납기일'까지 완성시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거래의 단절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야근이 잦다. 이젠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정말 '라떼는' 입사하자마자 해가 떠있을 때 퇴근한 적이 손에 꼽았다. 어느 날 동기랑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했는데, 해가 떠 있는 것을 보고 감격스러워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물론 지금은 워라밸이 좋은 컨설팅펌도 많을 것이다)
출장도 잦다. 대부분 지방 산속에 있는 기업들의 연수원을 가게 된다. 연수원에 들어가게 되면 최소 1박은 기본. 연수원에선 일과 삶이 분리가 되지 않아 피로도가 더 높다. 지방에 있는 기업들을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회사의 업무 범위에 따라 대학 고객도 맡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엔 한 지역의 대학교 과목을 맡게 되어 몇 개월간 매주 전라도를 내려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필수다(나는 상대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아서 그나마 버틸만...했...)
2. But, 빠르게 성장한다
빡센 대신 빠르게 성장한다. 컨설팅펌은 인력이 큰 자원이기 때문에 대부분 1명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담당한다. 특히 인력이 부족하나, 일감이 많은 소형 컨설팅펌은 더욱 그렇다. 나 또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소형 컨설팅펌에서 일했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PM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연차, 경력, 이런 거 따질 새가 없다. 그냥 쏟아지는 프로젝트 속에 투입되어 어떻게든 일단 해야 한다...
PM이 되면 고객과의 미팅을 주선 및 진행하고 니즈를 파악하고, 제안서를 쓰고,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결과보고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선임 컨설턴트가 있으나, 그 선임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온전히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리딩 하다 보면 폭풍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강의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했던 시절. 그러다보니 어느새 성장하게 된다.
#인하우스 HR 제한적인, 그러나 CEO만큼의 거시적 시각
1. 역할의 제한
기업이나 기관의 HR 담당자로 일을 시작하면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컨설팅펌에서는 A부터 Z까지 혼자 모든 것을 리딩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인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많다. 특히 위계가 있는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긴 보고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승인이 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 고객이 나에게 일을 맡긴 것이 아니기에,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이유도 설득을 시켜야 하고 그에 합당한 예산도 따내야 한다. 특히 큰 기업의 경우엔 하나의 프로젝트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기에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바로 시도하기보단 이 일이 꼭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즉, 내 욕심대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
2. But, 거시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컨설팅펌에서 아쉬웠던 점은 장기적인 변화를 보기에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단발성 교육 같은 경우엔 바로 만족도 조사 같은 것을 하지만, 제도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기가 힘들다. 아무리 장기고객이라 하더라도 프로젝트 마감일은 정해져 있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고객과 일단 작별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 거시적인 시각을 기르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있는 기업/기관의 인하우스 HR을 하다 보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게 된다. 당장 올해도 중요하지만 향후 몇 년 후에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또한 많은 부서와 팀을 고려하기에 조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인 시각도 기를 수 있다. 반면 컨설팅펌에선 아무리 큰 기업을 맡게 되어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에 거시적인 시각을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여담으로 가끔 팀원과 사적으로 밥을 먹을 때도, 조직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툭툭 나오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무슨 CEO냐고 그만 이야기하자고 매번 다짐한다 ㅋㅋ)
조직관점의 시각을 기르기 위해 공부했던 나날들 & 그리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동료들
사실 이 것 또한 온전히 '나의 경험'일뿐이다. 컨설팅펌에서 일하든, 인하우스에서 일하든 어떤 경험을 뽑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먼저 고민해본다면, 결국 어디에 있든 내가 기르고 싶었던 역량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