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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비 Nov 26. 2020

잃어버린 1학년


아이의 초딩 1학년 생활도 끝이 보이고 있다. 학교에 안 가는. 친구가 없는. 한글도 못 뗀. 불운의. 여러 수식어가 난무했던 잃어버린 1학년이다. 옆에서 보는 나조차 기운 빠질 정도였다.


어떤 조사를 보니, 코로나19 시대 학생들은 1주일 평균 2.2일을 등교했다고 한다. 더 문제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학력격차가 커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 친구도 없다고 했다. 올해 1학년인 우리 아이들도 비슷하다.  


-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

얼마 전 담임 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선생님은 이 상황을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1학년이 끝나가지만 아직도 한글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자리 수 덧셈 뺄셈 정도는 끝내야 하는데 그것도 아직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수업이 숙제가 되며 아이들은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 엉망이 된 생활습관

집에서 보면 학력격차보다 '생활습관'이 더 문제다. 퐁당퐁당 등교로 아이들의 생활습관은 완전 엉망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어색한 8살.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은 엉덩이를 붕 뜨게 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없으니 누워서 듣거나 딴짓을 한다. 주변에 물어보니 사정은 비슷했다. 학교에 안 가니 느지막이 일어나 TV 보듯 온라인 수업을 '관람'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고 있으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하지만, 어쩌겠냐... 상황이 이런 것을. 책상에 앉아 집중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데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을.


- 잃어버린 친구들

학교를 안 가니 1학년 친구도 없다. 학교를 가도 거리두기로 아이들과 얘기하고 놀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 아이들은 반 친구 중 가까이 앉은 아이들 이름 정도만 기억한다. 친구가 별로 없으니 학교에 가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했다.   




1년을 잃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곧 아이가 1학년이 되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는 것이다. 나 역시 잃어버린 1학년 학부모였다. 학교에 가냐 마느냐하면서 1년을 정신없이 보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그냥 당했지만(?), 앞으로도 똑같을 수 없다. 정신 차리고 뉴노말 교육 태세를 갖춰야 한다. 아이들이 좀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 학습보다 '태도'

지금과 같은 교과 중심의 교육도 변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학습 공간을 정리하는 법, 교과서 제대로 사용하는 법(국어와 국어읽기를 어떻게 병행해서 쓴다거나) 등 아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 학습이 안되어 있는 1학년에게 빠른 교과 수업은 무리가 있다. 정상적인 수업이 아닌 만큼 속도나 난이도 조절이 필요하다. 


+ 온라인에 더해야 할 '소통' 

만들 시간이 없어서, 만들 방법이 없어서, 이제 핑계만 댈 수 없다. 유튜브 영상 보여주기 식의 교육은 안된다.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이제는 많아졌다.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교사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수업 위주였다면 아이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 온라인 상으로 아이들끼리 얼굴을 보면서 할 수 있는 활동, 조금만 생각해봐도 많이 있다. 


+ 학교와 가정의 '연대'

이제는 학교와 가정이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다. 가정에서도 학교와 발맞춰 아이를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등교수가 적은 만큼 교사도 아이를 지속해서 관찰하기 어렵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현재 학습 상태 등을 교사와 소통하고 교사는 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학부모 회의, 소통 가능한 플랫폼 상시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볼 수 있다.


+ 마을 '교육 공동체'가 되자

주변에 갑자기 육아휴직을 하거나 그만두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로 학교에 못 가면서 생기는 일들이다. 학원도 못 가고, 돌봄도 못하고. 맞벌이 부부가 버텨내기에는 너무 힘든 시기이다.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하는 만큼, 소규모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은퇴하는 어르신들, 아파트 내 경로당, 아이를 다 키운 엄마들. 마을의 힘을 모으면 새로운 방법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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