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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비 Aug 10. 2021

왜 엄마가 되기로 했어?



엄마는 왜 엄마가 되기로 했어?


주말 딸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나는 27살 봄 결혼을 했다. 친구들 중 가장 빠른 결혼이었다. 결혼을 한다고 하니 친구들 모두 깜짝 놀랐다. 20대 중반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꽤 낯설었기 때문이다. 전남친(=현남편)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나는 큰 고민 없이 결혼을 결심했다.(왜 그리 빨리 결혼을 결심했었는지 지금도 아이러니하다.)


결혼을 빨리했다고 아이를 빨리 낳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라이프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 사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육아로 나를 소홀히 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우리는 부모님들께 결혼은 빨리했지만 아이는 늦게 갖겠다고 선언했다. 


결혼한지 3~4년이 되자 슬슬 압박이 심해졌다.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도 2세 계획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5년쯤 되자 대놓고 어서 결정해라!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엄마'라는 단어는 늘 남의 얘기처럼 느껴졌다. 나보다 결혼이 늦었지만 일찍 엄마가 된 친구들은 하나둘 일을 그만뒀다. 친구를 만나려면 집에 가거나 아이와 함께여야만 했다. 아이로 인해 우리의 대화는 뚝뚝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 준비? 
준비가 끝날 때는 없어.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준비가 됐다는 거야. 


아무런 결정을 못하고 미루고 있을 때, 먼저 엄마가 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준비? 그런게 아딨어. 고민하고 있으면 준비 된거야," 생각해보니 그랬다. 아예 아이 없이 살 생각이 아니니 더이상 미룰 필요는 없어보였다. 둘이만 사는 것보다 셋, 넷으로 가족으로의 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따뜻한 엄마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막상 결심을 하고 나니 아이가 바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엄마를 주저했던 내가 괘씸했던 걸까? 꽤 좀 애를 태운 뒤 두 명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그 덕에 내가 생각한 육아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에스프레소 더더더더더더블샷을 한번에 마시는 쓰디씀이었다. 


올해로 엄마가 된지 9년이 됐다. 어느 덧 딸아이도 이런 질문을 던질 만큼 여물었다. 되돌아보면 지금껏 엄마가 되기로 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빡센 쌍둥이 육아를 했지만 말이다. 이제 아이들이 친구 같이 느껴지곤한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어도 마냥 즐겁다.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고 맛있는 것을 나눠먹는 친구같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 덕분에 감정의 폭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엄마 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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