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필라테스, 나에게는 물리치료
살면서 꾸준히 운동해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빼놓고는 20대 때 살빼겠다고 줄넘기를 깨작대던 것이 다였다.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숨쉬기 운동 정도였다. 사실 운동을 안 한다고 살면서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가끔 건강검진에서 운동을 얼마나 하십니까라는 항목을 만나면 머쓱한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 몸이 점점 암울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긴급처방으로 마사지를 받는 것은 고작 몇일밖에 효과가 없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늘 자세가 구부정했다. 이러다가 컴퓨터를 하는 공벌레가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에 걸린 플랜카드 문구가 눈에 훅 들어왔다. 물리치료사가 하는 필라테스. 내 머릿속 필라테스는 예쁜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었다. 나 같은 몸치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예쁘고 우아한 운동. 평소 같았으면 그냥 휙 지나갔었을 테지만, 물리치료사라는 문구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민도 없이 다짜고짜 문을 밀고 들어갈 만큼. 그렇게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아니,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고 있어요?
대망의 첫 수업 날. 몇 가지 동작으로 몸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던 선생님이 말했다. "아니,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고 있어요?"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병원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쌍둥이를 임신할 때 들린 한쪽 갈비뼈와 꼬리뼈, 나쁜 자세로 말려버린 어깨와 등, 거북목이 내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필라테스는 전혀 우아하지 않았다. 분명 옆에서는 너무도 편하게 하는 동작이지만 나에게는 어찌 저런 동작을?이었다. 복부 근력을 써서 몸을 브이(V)자로 만들어야 했지만, 나의 최대치는 나이키 로고 정도였다.(하. 하. 하.) 동작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으악! 하는 소리가 나오곤 했다. 한 공간에서 누군가는 우아하게 유연성을 뽐내지만, 나는 필라테스가 아닌 물리치료에 가까운 몸짓이었다. 게다가 열정이 뿜뿜한 선생님 덕분에 나머지 공부(?)까지 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면 한쪽 구석에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동작을 하곤 했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몇 개월. 아직도 몹쓸 몸(?)이지만 운동을 하며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 없던 근력도 조금씩 생겨났고 여전한 불량자세도 틈틈이 고쳐본다. 언젠가는 나도 우아한 동작을 소리 없이 해내길 꿈꾸며. 그렇게 오늘도 생존 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