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삭 김치전 레시피
어릴 적 나의 주말 오후는 대부분 나른함으로 가득했다. 친구를 만나지 않는 주말이면 만화책을 잔뜩 빌려 침대에서 하루 종일 뭉그적 거렸다. 방문턱을 넘는 것은 배가 고플 때뿐이었다. 식구들이 냉장고를 뒤지는 소리가 점점 잦아지면 엄마는 김치통을 꺼내셨다.
엄마는 말없이 김치 한 포기를 꺼내 종종 썰었다. 먹기 좋게 잘린 김치를 냄비에 담고는 그 위로 하얀 밀가루를 쏟았다. 여기에 물을 좀 붓고 휙휙 저으면 별거 없는 반죽이 완성된다. 엄마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스불을 켰다. 이때, 바로 반죽을 올리지 않았다. 잠시 한숨의 기다림 후 딱 한 국자의 반죽을 후라이팬에 부었다. 반죽이 후라이팬에 떨어지면 치익 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 타닥타닥 소리가 이어졌다. 마치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들기는 소리처럼. 이내 기분 좋은 기름 냄새가 집안에 퍼져갔다.
희한하게 김치전을 먹을 때면 늘 TV에서 동물의 세계가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초원 위를 달리는 사자를 보며 '김치전'을 기다렸다. 김치전은 뜨거울 때 후후 불어먹는 것이 제맛이었다. 김치전 한판을 해치우면 갓 나온 다음 김치전이 곧 접시에 등판했다. 가끔 별미로 오징어가 들어갈 때면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오빠와 나는 김치전 사이로 삐죽 보이는 하얀 오징어 속살을 쏙쏙 빼어먹었다.
오징어보다 치열한 젓가락 대전은 따로 있었다. 이름하여 꼬투리 전쟁! 따끈따끈한 김치전이 후라이팬에서 내려오면 젓가락 공격이 시작됐다. 공격이 끝나고 나면 너덜거리는 김치전 잔해가 접시에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별말없이 꼬투리 없는 김치전을 다 먹었다. 배가 좀 불러올 때가 되면 꼬투리 없는 김치전들이 접시에 쌓여갔다. 이내 바쁘게 김치전을 나르던 엄마의 잔소리 폭격이 날아온다. "이렇게 먹으면 남은 건 누가 먹어!"
꼬투리 없는 김치전을 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초고추장'이었다. 우리집은 김치전을 초고추장에 찍어먹곤 했다. (희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바삭함이 없는 김치전도 새콤 매콤 달콤한 초고추장을 만나면 맛이 살아났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나른한 주말 오후가 되면 김치전을 만든다. 나는 그 시절 울 엄마처럼 김치전을 나르고 우리 아이들은 나 몰래 소리 없는 꼬투리 전쟁을 벌인다.
<주말 나른한 오후를 바사삭 깨우는 김치전 만들기>
1. 간은 김치국물과 고춧가루로!
김치를 볼에 담고 가위로 종종 썰어주세요. 김치로 간을 하기 때문에 씻지 않는 것이 좋아요. 좀 심심하다싶으면 고춧가루를 약간(반 또는 한스푼) 넣어보세요.
2. 바사삭을 더하는 박력분과 전분가루!
밀가루는 김치의 1/2 분량을 넣어주세요. 이때 밀가루를 박력분으로 쓰면 더 바삭해져요. 중력분이나 부침가루를 쓴다면 2:1의 비율로 전분가루를 넣어보세요.
* 반죽 레시피: 김치 2컵 시 밀가루 1컵(또는 밀가루 2/3컵 + 전분가루 1/3컵), 물 1컵
3. 물은 차갑게 반죽을 최소로 젓자!
차가운 물을 넣어야 바삭함이 더해져다. 이때 반죽을 많이 저으면 밀가루에서 글루텐이 생기니 가급적 최소한으로 저어주세요.
4. 김치전 맛을 살리는 초고추장 소스!
김치전과 함게 초고추장을 준비해보세요. 방법은 간단해요! 고추장에 식초, 설탕, 깨소금을 넣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