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미래, 인간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나는 AI의 발달이 두렵다."
이 고백은 단순히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우리의 스마트폰 화면 저편, 그리고 그 너머의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는 소름 끼치는 현실 이야기다. 우린 지금,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기 위한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인터넷 아니면 현실?
솔직히 말해, 당신은 오늘 아침 식사를 현실에서 했는가, 아니면 인스타그램의 '먹스타그램'으로 대리 만족했는가? 부자일수록 요트 위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진짜' 바닷바람을 느끼는 반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온라인 명품 언박싱' 영상이나 보며 대리 만족하는 시대다. 럿거스 대학의 키스 햄프턴 교수가 지적했듯, 가난할수록 인터넷 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제 AI가 그 인터넷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한다. 마치 당신의 모든 취미와 관심사를 완벽하게 '복제'하고, 당신이 클릭하는 모든 콘텐츠를 '조작'하는 그림자처럼 말이다.
옛날 옛적에는 그림을 그리려면 붓을 잡고, 글을 쓰려면 펜을 쥐어야 했다. 노래를 만들려면 피아노를 쳐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개 작가 스타일로 몽환적인 판타지 소설 써줘", "모네 풍으로 강가 풍경 그려줘", "BTS 스타일로 신나는 댄스곡 만들어줘." AI에게 명령어 한 줄이면 끝이다. GPT 시리즈는 당신의 뇌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글을 써대고,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은 피카소도 울고 갈 그림을 뚝딱 만들어낸다. 주크박스 같은 AI는 심지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서 새로운 노래를 뽑아낸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그럼 인간 예술가는 이제 뭘 해야 하나? 전시회에 가서 "이 작품, AI가 그렸을까요, 사람이 그렸을까요?" 퀴즈라도 내야 하는 걸까? 예술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던 오만함은 이제 AI의 손끝에서 산산조각 나고 있다.
최근 소름 돋는 이야기는 바로 취리히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다. AI가 인터넷 토론에서 인간보다 6배나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그것도 모자라 인간보다 더 감정적으로 호소했다고 한다. AI에게는 감정이라는 게 없다. 그저 인간의 감정 표현을 빅데이터로 학습해서 완벽하게 흉내 낸 '연기'일 뿐이다.
상상해 보라. 당신이 가장 믿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주장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 주장이 사실은 인간이 아닌 AI의 정교한 논리와 감정적인 호소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2020년 미국 대선 때 AI가 생성한 가짜 뉴스가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했는지 기억하는가? 이제 AI는 당신의 마음을 흔들고 당신의 판단을 조작하는 데 선수다. 우리는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사실은 프로그래밍된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 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인간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눈을 맞추고, 서로의 감정을 읽고, 함께 웃고 울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요즘 당신의 대화 상대는 누구인가? 새벽 3시, 잠이 안 와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진 않은가? UCLA 연구팀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청소년들의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AI와의 피상적인 소통이 인간적인 유대감을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나 피겨 AI의 로봇처럼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AI가 이 최첨단 로봇에 탑재된다면? 우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움직이고 말하며, 심지어 감정적인 교류까지 나누는 로봇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인간이 대체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존재론적 위기에 빠질 것이다.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세상, 생각만 해도 오싹하지 않은가?
인류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수천 년 동안 맨몸으로 사냥하고 농사지으며 육체로 생존했던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공장의 부속품이 되었다가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숫자와 씨름하는 존재가 되었다. 감성보다는 이성, 교감보다는 학습이 미덕인 세상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역행해왔다.
하지만 AI가 이성과 학습의 끝판왕으로 등극하면서, 이제 더 이상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AI는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얘들아, 이제 그만해! 너희가 잘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우리는 이제 '인간으로의 회귀'를 이야기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능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공감, 사랑, 창의성,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 의식. 이런 것들이야말로 AI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AI와 싸울 것이 아니라, AI가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을 명확히 나누어 협력해야 한다. 인간은 인간이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AI가 깔아 놓은 디지털 매트릭스 속에서 편안히 잠들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 '현실'로 깨어날 것인가?